록 음악팬들 "물고기에 고마움 느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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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록 음악을 즐기는 팬들은 물고기로부터 진화된 독특한 청각기능을 통해 ´굉음´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물고기에 신세를 진 셈이라고 일부 과학자들이 주장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 의학연구팀의 수석연구원이자 음악인지 전문가인 닐 토드 박사는 최근 ´뉴 사이언티스트´지에 기고한 글에서 "록 음악팬들은 물고기에서 인간에 이를 때까지 수백만년 동안의 진화과정을 거쳐 형성된 독특한 청각기능 덕분에 광란의 음악에 심취해 만족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록 음악팬 11명을 상대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내이(內耳)속의 신체균형 조절기관으로 소낭(小囊) 또는 구형낭(球形囊)으로 알려진 전정(前庭)체계의 일부가 록 음악을 특정짓는 소리 주파수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원형주머니 형태의 소낭은 신체에서 어떤 청각기능도 지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조사에서 90데시벨(㏈) 이상의 소음에만 반응하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토드 박사는 "직립원인 조상으로부터 이어져 온 이런 원시적인 청각기능이 우리 신체에 흔적기관으로 남아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이속의 소낭은 배고픔과 성욕, 쾌락 추구 등과 같은 욕망을 조절하는 뇌의 활동과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왜 록 음악의 굉음에 열광하고 강렬한 문화적 욕구를 분출하게 됐는지에 대한 해답이 될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한 좋은 예로 대구가 짝짓기를 하면서 내는 소리는 결과적으로 정자나 난자의 생산을 촉진시킨다.

연구팀은 실험대상이 됐던 록 음악팬 11명에게 소리의 높낮이와 주파수를 다양하게 변화시키면서 각종 음악과 잡음을 들려주었다.

그 결과 이들의 전정기관은 50∼1000 헤르츠(㎐)의 범위에서 반응을 보이다 300 ∼350 ㎐에서 최고조의 반응을 보였다.

음계로 볼 때 ´중앙 다´(또는 1점 다)의 주파수가 261㎐이고,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는 각각 200㎐, 400㎐ 정도의 주파수 범위를 갖고 있다.

토드 박사는 이어 "록 콘서트나 댄스클럽에서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것은 이들 장소를 관통하는 소리 주파수가 내이속의 소낭을 자극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축구장에서 팬들의 함성과 대규모 합창단의 노래 등도 이 기관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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