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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에 열린 사전투표함, 박빙지역 통합당에 치명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서울 광진을의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 간 표차는 2746표다. 격전지로 집중적으로 다뤄진 것에 비하면 적지 않은 표차다. 시간대별로 보면 박빙의 승부처이긴 했다. 고 당선인이 초반에 5000여 표를 앞서갔다. 이후 오 후보가 맹렬하게 추격했고 개표율이 82%에 이르렀을 때 둘의 격차가 300표 정도로 줄었다. 하지만 이후 투표함을 열 때마다 간격이 더 벌어졌다.

출구조사 근소한 리드 통합당 11곳 #민주당, 사전투표 덕에 모두 승리 #김남국, 여성 비하 논란에 고전 #먼저 실시된 사전투표가 살려

오 후보 측 인사는 “사전투표함 때문”이라고 전했다. 투표함은 거소·선상, 관외 사전(事前), 국외 부재자, 관내 사전투표, 그리고 당일 현장 투표 등으로 나뉜다. 현장 상황에 맞춰 개함(開函)한다. 서울 광진을의 경우엔 크게 보면 관내 사전, 당일 현장, 관외 사전투표함 순으로 열렸다고 한다.

사전투표가 승패 어떻게 갈랐나

사전투표가 승패 어떻게 갈랐나

실제 관내 사전투표에서 고 당선인이 5000표 이상을 앞섰다. 고 당선인의 득표율은 57.5%인 데 비해 오 후보는 40.7%에 그쳤다. 현장 투표함 속사정은 정반대였다. 오 후보가 5000표가량 앞섰다. 득표율 52.5%로, 고 당선인(44.4%)을 제쳤다. 300여 표 차였던 순간은 그러나 짧았다. 오 후보 측 관계자는 “투표함이 5개, 2만 표 정도 남았을 때였다. 잘하면 100표 정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그게 관외 투표함이었다. 함이 열릴 때마다 400표, 500표씩 졌다”고 토로했다.

오 후보는 그나마 역전을 기대하다 진 경우다. 앞서가다 진 곳도 적지 않다. 16일 0시 무렵 민주당이 1위인 지역이 150여 곳이다가 최종 163곳이 된 것도 막판 10여 곳에서 승부가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통합당 후보들은 “박빙 지역에서 관외 사전투표함 폭탄이 터졌다”고 말했다. 16일 새벽 오기형 민주당, 김선동 통합당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했던 서울 도봉을, 김척수 통합당 후보가 앞서가다 697표 차로 최인호 민주당 당선인에게 역전당한 부산 사하을, 박빙의 승부를 펼친 대전 동, 남양주병이 그런 경우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천 표의 리드가 신기루처럼 사라지기도 했는데 5000표를 앞서다 신승(1128표)한 성남분당갑의 김은혜 통합당 당선인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었다. 바로 옆의 성남분당을 김민수 통합당 후보는 수천 표 앞서다 김병욱 민주당 당선인에게 4000표 차이로 졌다. 천안갑의 신범철 통합당 후보도 2000표 넘게 앞서다 사전투표함 개함과 함께 그 표차가 42표로 줄더니 끝내 1328표 차로 문진석 민주당 당선인에게 고배를 마셨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경합선거구로 꼽은 곳 중 통합당 후보가 근소하게나마 앞선 서울 중-성동을, 서울 영등포을, 인천 연수을, 대전 동, 대전 중, 대전 대덕, 성남분당을, 평택갑, 평택을, 청주서원, 논산-계룡-금산, 양산을 등 11곳에서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는데 사전투표에서 수천 표를 앞선 덕이 크다. 이에 비해 민주당 후보가 앞선다고 나왔는데 진 곳은 서울 용산과 보령-서천 두 곳뿐이다.

안산단원을의 김남국 민주당 당선인은 출구조사에서 앞섰는데 박순자 통합당 후보의 ‘선전’에 고전했고 사전투표 덕에 이긴 경우다. 김 당선인 측은 “성 비하 팟캐스트 논란이 불거지기 전 실시한 사전투표 함이 막바지에 열리면서 상황이 반전됐다”고 말했다. 사전투표 기간은 지난 10~11일이었고 성 비하 팟캐스트 논란은 13일 불거졌다. 실제 김 당선인은 3653표 차로 이겼는데 사전투표에서 5721표를 더 얻었다. 사전투표는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속설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고정애 정치에디터, 김민욱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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