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쇼크 온다, 공공구매 늘리고 규제 풀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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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오른쪽)이 16일 산업계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의]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오른쪽)이 16일 산업계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2분기부터 본격화할 것이다.”

상의·5대산업협회, 정부에 호소 #차 세계수요 -7.7%, 선박 발주 -71% #“산업생태계 붕괴 막게 지원 절실”

대한상공회의소와 자동차·철강·석유화학·기계·조선 등 5개 업종협회가 16일 연 코로나19에 따른 산업계 대책회의에서 나온 전망이다. 발제자로 나선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이 1분기에는 부분적으로 나타났지만 2분기부터는 본격화될 것”이라며 “2분기에 공급 차질과 수요 절벽이 겹친 부정적 수치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경제 주체의 불안 심리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로 크게 타격받을 업종 중 하나로 자동차를 꼽았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번 2분기에 생산 차질과 매출 타격이 본격화되면서 세계 자동차산업은 7.7% 이상 수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자동차 산업의 부진은 후방 산업인 철강에 영향을 미쳐 2분기에 철강 판매량 감소와 채산성 악화가 동시 발생할 것”이라며 “석유화학도 자동차, 가전, 섬유 등 관련 제품 수요가 2분기에 급격하게 축소되는 등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요 업종별 피해 상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주요 업종별 피해 상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운영위원장도 “미국과 유럽 등 해외시장의 감염병 확산으로 4월부터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수요 급감 쇼크가 닥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공공기관 차량구매 확대, 친환경차 보조금 강화 등 내수가 살아날 수 있는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에선 수요 감소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민철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은 “중국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나섰던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지금 철강산업은 전 세계적 공장 가동 중단에 수요가 증발해 버팀목이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재진 한국철강협회 통상협력실장은 “정부가 향후 이어질 수 있는 무역분쟁에 대비해 유통이력관리제 확대 등 철강 교역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나온 업종별 전망.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나온 업종별 전망.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회의 참석자들은 기업의 유동성 문제 해결과 공공구매 확대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형기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은 “생산에서 수주까지 3~12개월이 소요되는 기계산업의 특성상 피해가 가시화된 후 대응하면 시기를 놓친다”며 “공공·대학·국책연구소 등이 보유한 노후장비의 조기 교체 등 정부가 공공 발주를 확대해 수요 절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철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근부회장도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전년 동기 대비 71.3% 감소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선박 인수 지연, 자금회수 차질 등으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어 선박 제작금융의 만기연장, 운전자금 공급 등 금융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별연장근로 확대와 환경규제 완화 등 한시적 규제 완화를 통해 기간산업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과거 위기에도 한국 경제가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제조업과 기간산업이 받쳐주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로 내수와 수출감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산업 생태계 붕괴를 막으려면 정부의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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