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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연봉 26억' 美 최고 부촌 피셔섬, 주민 전원 코로나 검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60만명 이상이 나오고 2만3000명 넘게 사망한 가운데,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피셔 섬 주민 전원이 코로나바이러스 항체 검사를 받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서 부유한 곳 중 하나, 섬 주민 평균연봉 26억7500만원 #"아이들 마스크 없이 굶는 곳도 있는데..." 비판도 #섬 관계자 "주민 절반이 60대라 감염위험 높아 검사"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CBS 마이애미 등에 따르면 미국 피셔 섬이 모든 거주자와 근로자를 위해 코로나19 키트를 사 검사를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이곳에 살고 있거나 일하는 모든 사람은 코로나바이러스 항체가 있는지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곳 중 하나다. 인구는 1000명이 안 되는 곳으로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며 출입은 보트로만 허용된다. 수백만 달러짜리 주택과 리조트가 갖춰져 부자들의 섬으로 인식되곤 한다. "사는 건 피셔 아일랜드에서, 죽어서 묻히는 건 팜 비치에서"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전 주민과 근무자가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미국의 피셔 아일랜드. [페이스북]

전 주민과 근무자가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미국의 피셔 아일랜드. [페이스북]

마이애미 헤럴드 등 현지 언론은 이 지역 주민 중에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법조·금융계 인사가 많다면서 평균 소득은 220만 달러(약 26억7500만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주민의 국적도 40여 개국으로 다양하다.

29년간 이 섬에 살았고 지난 한 달 동안 섬을 떠나지 않은 현대 미술 사진작가 다니엘 아줄레이(74)는 "이곳은 물에 둘러싸여 달리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검사를 받은 아줄레이는 "혈액 검사를 받고 나면 항체가 있는지를 알려준다"고 말했다.

당초 일주일 중 5일간 오다가 이제는 두 번 오는 것으로 바뀐 그의 가정부도 항체 검사를 받았다. 코로나 발생 이후로도 이 섬을 오가는 배의 운항은 계속되고 있다. 섬에서 조경 일을 하거나 현지 시장에서 일하거나 가사를 돌보는 등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이 섬을 정기적으로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피셔 섬 관계자는 마이애미 대학 보건소에서 산 키트에 대한 비용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들이 구매한 키트는 1800개로 하나당 17달러(약 2만원)였다고 보도했다. 지난 6일에 시작된 검사는 섬의 주민과 근로자 1250명이 받았다.

이 보도가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부자들만 항체 검사를 받는 특권을 누린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됐다. 알베르토 카발호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 공립학교 교육감은 "마이애미 거주민 중에는 마스크도 없이 굶주리는 아이들도 많다"면서 "그런데 피셔 섬 주민은 전원이 검사를 받는다"고 트위터를 통해 지적했다.

마이애미 교육감이 "마스크 없이 굶주리는 아이들도 있는데 피셔 아일랜드는 전원이 코로나 검사를 받는다"며 불만을 표하는 트윗을 남겼다. [트위터]

마이애미 교육감이 "마스크 없이 굶주리는 아이들도 있는데 피셔 아일랜드는 전원이 코로나 검사를 받는다"며 불만을 표하는 트윗을 남겼다. [트위터]

한편 마이애미 주 보건부는 이 섬에 주소를 둔 5~9명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마이애미 대학 측은 성명에서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에서 최초로 확인된 코로나 확진 사례 중 하나는 피셔 섬에서 발생했다"면서 "이 섬의 거주자 절반이 60세 이상이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검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고령자가 많아 감염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항체 검사를 했다는 것이다. 또 섬 관계자는 "피셔 섬 주민이 마이애미에서 코로나 피해가 큰 곳을 지원하기 위해 20만 달러(약 2억4000만원)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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