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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국자는 집 격리, 가족은 호텔로···구청이 방 알선해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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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해외 입국자들이 강남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 들러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 강남구]

해외 입국자들이 강남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 들러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 강남구]

해외입국자로 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높아지면서 구청들이 앞다퉈 자가격리자를 위한 '안심숙소' 마련에 나섰다. 해외입국자와 국내 가족을 분리하기 위한 묘책으로 별도의 숙소 대여까지 지원하고 있다.

힐튼, 인터콘티넨탈 등 유명호텔도 지원

'안심숙소' 첫삽 뜬 강남구

서울에서 가장 먼저 '안심숙소' 아이디어를 낸 곳은 강남구다. 해외 입국자 증가로 인한 자가격리자가 급증하면서 별도 숙소 마련에 들어갔다.

실제로 서울의 25개 구 가운데 해외 유입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이 강남구다. 14일 기준 59명에 달한다. 서울 전체 확진자 613명 가운데 해외접촉에 인한 감염자 수가 237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 중 25%가 강남구에서 나온 셈이다.

자가격리자를 놓고 보면 해외 유입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14일 기준 자가격리자는 2126명으로 이 가운데 2097명이 해외입국자다.

강남구는 코로나19의 해외유입 우려가 커지자 지난 6일부터 별도의 안심숙소를 마련했다. 입국자와 가족을 분리해 2차 감염을 막겠다는 취지다.

강남구 관계자는 "입국자와 가족이 같은 공간에 머물면 2차 감염 우려가 높고 그에 따른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도 높아져 이를 분리할 수 있는 별도의 숙소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외 입국자는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고, 가족은 원하는 경우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와 강남패밀리호텔, 오크우드프리미어 코엑스센터, 호텔프리마 등 4개 호텔에서 머물 수 있다. 숙박비는 정상가격의 50~79%를 받는다.

강남구는 입국 예정자에게 기본 정보를 접수 받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입국 전 신고를 통해 전담공무원을 배정하고, 가족들에게 안심숙소 안내와 자가격리 물품을 지급하고 있다.

강남구는 "기존 입국자 관리 시스템은 공항에서 일일이 입국자를 조사한 뒤 명단을 지자체로 통보하는데, 이 내용을 지자체가 분류하기 까지 꼬박 이틀이 소요돼 자가격리자 관리에 사실상 이틀 간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전 신고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강남구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안심숙소를 이용한 사람은 99명이다. 57개 객실을 안심숙소로 이용했고, 예약된 객실도 16개, 28명이라고 밝혔다. 강남구 관계자는 "입국자의 자가격리 기간인 2주간 이용이 가능한데, 호텔에 따라 가족들에게 식사 제공 여부는 다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는 해외입국자가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 사전에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자가격리에 필요한 물건을 지원하고 자가격리 방법을 안내한다. [사진 강남구]

강남구는 해외입국자가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 사전에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자가격리에 필요한 물건을 지원하고 자가격리 방법을 안내한다. [사진 강남구]

유명 호텔도 '안심숙소' 제공 나서

강남구에 이어 중구도 자가격리자 가족을 위한 안심숙소 5곳을 마련했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 라마다 서울 동대문, 알로프트 서울 명동, 프레이저스플레이스 센트럴 서울 등 5개 호텔이 안심숙소로 지정됐다. 강남의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에 이어 밀레니엄 힐튼까지 자가격리자 가족을 위한 안심숙소로 호텔을 제공하고 나선 것이다.

중구는 안심 숙소의 경우 7박 기준 50~70% 할인된 가격으로 방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호텔에는 해외입국자 가족임을 증명할 수 있는 주민등록등본이나 가족관계 증명서, 여권, 항공권 등을 제시해야 한다. 중구는 해외입국자가 묵을 수 있는 호텔을 하나로 통째로 빌려 '임시생활 시설'로 지정했다.

강남구에 이어 두번째로 확진자가 많은 관악구도 지난 10일부터 6곳 숙박업소와 안심 숙소 협약을 맺었다. 서울대 호암교수회관과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호텔, 롯데시티호텔구로 등이 지원해 일반 숙박비의 30~80% 선에서 묵을 수 있다. 동대문구는 관광호텔 3곳과 손을 잡고 안심숙소를 마련했다.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도가 증가하면서 국내 방역당국이 미국발 입국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중앙방역대책본부는 13일 0시부터 미국발 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 후 3일 내 전수검사를 실시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도착 안내판 미국발 여객기가 표시돼 있는 모습. 뉴스1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도가 증가하면서 국내 방역당국이 미국발 입국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중앙방역대책본부는 13일 0시부터 미국발 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 후 3일 내 전수검사를 실시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도착 안내판 미국발 여객기가 표시돼 있는 모습. 뉴스1

노원구는 '국내 자가격리자' 가족에게도 숙소 지원 

노원구는 안심숙소 지원을 국내 자가격리자 가족까지 확대했다. 하루 숙박료는 호텔기준(9만9000원)으로 호텔이 50%를 부담하고 노원구가 30%를 지원한다. 자가격리자의 가족이 이용일수에 따라 20%를 선납하는 방식으로 이용가능한데, 하루 2만원 꼴로 부담하면 된다.

안심숙소는 구마다 지원 호텔과 금액이 각기 다르다. 금천구는 해외입국자 가족에게 일반 숙박비 대비 42~82% 할인한 금액으로 머물 수 있게 해주고, 관악구는 30~80%를 깍아준다.

해외 입국자 가족에 대한 숙박 시설 지원에 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입국자가 하루 1000명 수준으로 내국인 포함 많은 숫자들이 들어오게 된다"며 "격리를 위해선 상당히 많은 양의 시설이 확보돼야 한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중대본은 "각 지자체에서 나름대로 대응을 하고 있다"며 "몇몇 지자체에서는 자가격리 대상이 되는 사람의 가족들이 머물 수 있는 숙소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고 부연했다.

중대본은 "각 지자체가 지역 숙박업체와 협약 맺고, 해외입국자에 대해 별도 시설을 마련해 격리를 하거나 검사 후 일정기간 시설에 머문 뒤 음성이 나올 경우엔 다시 집으로 되돌려 보내 추가적인 자가격리를 하는 다양한 방안들이 실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예·정종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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