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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표소 들어가 도장 1번만 찍으세요” 유인물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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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곽상도. [뉴시스]

곽상도. [뉴시스]

“기표소에 들어가서 도장을 1번만 찍으세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대형 복지관에서 이용객 일부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유인물을 집으로 배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미래통합당은 13일 “더불어민주당을 노골적으로 찍으라는 것”이라며 해당 복지관과 관할 구청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고발하기로 했다. 지역구 후보를 뽑는 투표용지에서 기호 1번은 민주당이다.

강남 복지관, 이용자 190명에 배포 #서울시·강남구서 운영비 지원 시설 #곽상도 “구청 등 선거법 위반 고발” #복지관 측 “한 번만 찍으라는 의미”

통합당 선대위 법률지원본부장인 곽상도 의원은 최근 서울 강남구 소재 A복지관에서 나눠 준 4·15 총선 투표 안내문을 입수했다. 곽 의원에 따르면 A복지관은 지난 10일 오전 이곳을 이용하는 거주민 190여 명에게 소형 박스를 보냈다고 한다. 이 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기 위한 손 세척제와 마스크, 그리고 총선 관련 유인물이 들어 있었다.

이 중 곽 의원이 문제 삼은 건 A4용지 5페이지 분량의 유인물이다. 첫 페이지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4월 15일은 투표하는 날’이라는 제목에다 투표 순서를 그림과 함께 ①② 신분증을 보여주세요(주민등록증, 복지카드, 운전면허증, 여권 등) ③ 이름을 쓰거나 손도장을 찍으세요 ④ 투표지를 받으세요 ⑤ 기표소에 들어가서 도장을 1번만 찍으세요 투표지를 반으로 접으세요 ⑥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으세요 등 6단계로 안내했다. 이중 ⑤단계에 ‘1번만’이란 표현이 들어갔다.

이 유인물이 배포된 날은 사전투표가 시작된 10일이었다.

사전투표일인 지난 10일 서울의 한 복지관은 이곳을 이용하는 이들 중 일부에게 ‘기표소에 들어가서 도장을 1번만 찍으세요’라는 내용을 담은 유인물을 배포했다. [사진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실]

사전투표일인 지난 10일 서울의 한 복지관은 이곳을 이용하는 이들 중 일부에게 ‘기표소에 들어가서 도장을 1번만 찍으세요’라는 내용을 담은 유인물을 배포했다. [사진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실]

익명을 원한 지역 주민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10일 오전 10시30분쯤 집으로 박스가 배달 와 뜯어봤더니 유인물이 있었다”며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이건 좀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복지관 관계자는 “어르신 등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중앙선관위 자료를 변형해 제작한 자료”라며 “도장을 여러 번 찍지 말고 ‘한 번’만 찍으라는 의미에서 한글이 아닌 숫자로 ‘1번’만 찍으라고 썼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선관위 자료엔 그러나 ‘④기표하기-기표소에 있는 기표용구로 투표용지에 기표합니다’라고 돼 있다. 선관위의 별도 상세자료집에도 흰색과 연두색 투표용지의 각각 세 번째 칸에 도장을 찍는 삽화를 보여주며 ‘흰색 투표용지에 한 번, 연두색 투표용지에 한 번 찍으세요’라고만 돼 있다. 해당 유인물을 받은 대상 중에는 중장년층 발달장애인이 많았다고 한다.

A복지관은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곽 의원은 “시와 구비로 운영되는 복지관이 단독으로 이런 일을 벌이겠는가. 매우 교묘한 관권선거”라며 “강남구청장을 비롯한 관련 공무원을 함께 고발하겠다. 선관위와 수사당국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강남구청 관계자는 “A복지관에서 다른 곳은 ‘한 번만 찍으세요’로 보냈는데 발달장애인 등에 대해서는 ‘1번만 찍으세요’로 보냈다고 한다. 그분들이 한글을 이해하지 못할까 봐 숫자로 보냈다는데, 당장 수정해 다시 보내기로 했다”고 곽 의원실에 해명했다고 한다.

현일훈·박현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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