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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해진 '사회적 거리두기'?…고속道 통행량, '반짝' 줄었다 다시 늘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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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주요 고속도로 4개 영업소 교통량과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수도권 주요 고속도로 4개 영업소 교통량과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는 신호일까.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한 지난달말부터 주말 서울 근교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량 통행량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주말 기준 통행량을 따졌을 때 '사회적 거리두기' 추진 초기인 지난 2월말쯤에만 일시적으로 '반짝' 떨어졌을 뿐이다.

'심각' 단계 격상 뒤 통행량 감소  

한국도로공사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월 첫째 주 주말(1~2일)에 서울 근교 4곳의 고속도로 영업소(서울·동서울·서서울·군자/이하 통계 통일)를 통과한 차량은 모두 101만2962대로 집계됐다. 당시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 환자는 15명에 불과했다. 사망자는 ‘0명’이었다. 둘째·셋째 주 주말 차량 통행량은 조금씩 증가해 103만~106만대를 보였다. 확진 환자는 30명을 넘지 않았다.

상황이 달라진 건 지난 2월 18일 대구 지역에서 첫 환자(국내 31번)가 발생한 뒤다. 환자 수가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와중에 이튿날에는 코로나19 첫 사망자도 나왔다. 주말인 2월22~23일 이틀에 걸쳐 신규 환자가 400명이나 쏟아졌다. 2월 23일엔 또 코로나19 위기대응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됐다. 확진자 급증과 사망자 발생의 영향인 지 주말 차량 통행량은 102만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울산 울주군 작천정 벚꽃길 일대에 상춘객들의 나들이 차량이 몰리면서 극심한 정체를 보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9일 오후 울산 울주군 작천정 벚꽃길 일대에 상춘객들의 나들이 차량이 몰리면서 극심한 정체를 보이고 있다. 뉴스1

'거리두기' 초반 최저로 떨어져 

이후 의료계를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로의 동참요구가 이어졌다. 코로나19 누적 환자가 2000명을 넘었을 때다. 대한의사협회의 대국민 권고문(2월28일),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의 긴급 호소문(2월29일)에서다. 이때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정례브리핑 자료에도 거리두기 실천 당부가 담겼다.

이어진 주말(2월29일~3월1일) 서울 근교 4곳의 고속도로 영업소를 지난 차량 통행량은 90만3002대로 뚝 떨어졌다. 이틀간 신규 환자는 1504명, 누적 환자는 3526명을 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며 외부 활동을 자제한 분위기로 읽힌다.

추세는 이어졌다. 3월 둘째 주 주말도 통행량은 다소 늘었지만 97만대 수준에 그쳤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신규 확진자 증가에 누적 환자가 7000명을 넘어설 때였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수일 째 20~30명대에 머무르는 등 진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13일 오전 대구 남구 영남대학교 병원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찾은 차량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수일 째 20~30명대에 머무르는 등 진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13일 오전 대구 남구 영남대학교 병원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찾은 차량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4월 첫째주 주말 통행량 다시 늘어 

하지만 통행량 감소세는 잠시 뿐이었다.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후 두달이 지난 3월 셋째·넷째 주 차량 통행량은 다시 100만대를 넘어섰다. 지난달 23일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 추진됐지만, 오히려 4곳 영업소 차량 통행량은 증가세로 이어졌다. 전파 속도가 상대적으로 완화된(누적 환자 9583명→1만237명)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 안팎을 유지하는 가운데 3월 마지막 주 통행량은 108만4518대를 보이더니, 봄기운이 완연해진 이번달 첫째 주에는 112만9902대까지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직후(90만3002대)와 비교해 25%가량 증가한 수치다.

4·15총선 사전 투표 마지막 날과 기독교계 최대 축일(祝日)인 부활절이 낀 지난 주말 차량 통행량은 112만609대로 소폭 감소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느슨해지는 모양새다.

서울시 코로나19 발병 후 교통량 분석. 그래픽=신재민 기자

서울시 코로나19 발병 후 교통량 분석. 그래픽=신재민 기자

서울시 내 도로 교통량도 비슷한 양상 

코로나19 확산 시기와 맞춰 살펴본 서울시 내 주요 도로의 주중 교통량도 완만한 ‘V’자 양상을 보였다. 서울시가 90곳의 주요지점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발병(1월20일) 이전·이후 10주의 교통량을 분석한 결과다.

발병 이후 1주차(1월29일~1월31일)에는 0.3% 감소였지만, 5주차의 교통량은 7.5%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10주차(3월30일~4월3일)에는 3.9% 감소에 그쳤다

이와달리 출·퇴근 시간대 교통량은 증가추세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 발병 후 대중교통 보다는 자가용 이용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연합뉴스

방역당국, "이번 한주 무엇보다 중요" 

고속도로 통행량 등으로 볼 때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가 느슨해지고 있지만 방역당국은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평균 3주 이상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할 경우, 확진자 발생을 95%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방역 당국의 분석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총선이 끼어 있는) 이번 한 주는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충실히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말쯤 생활방역 체계로의 전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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