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순간의 거울 7-상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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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가림(1943~ ) '순간의 거울 7-상응' 부분

내가 문득
보조개 이쁜 누이를 바라보듯
꽃 한 송이 바라보니
새하얀 빛깔로
웃는다.
가늘게 떠는
그 웃음소리에 놀라
잠깬 이슬들이
내게 말을 걸어
이름을 묻는다.
난 눈길없는 눈길로
바라보는 돌.
그대들이 바라보면
소리없는 소리로
웃는 돌.



내가 꽃을 바라보니 그때 꽃이 웃는다. 꽃 웃음소리에 이슬이 잠깨고 내 이름을 묻는다. 이 시의 부제인 '상응'이 바로 세상살이이고, 우주 만상의 적나라한 반응이다. 1970년대 중반에 쓴 시인의 황토에 내리는 비 같은 거친 목소리도 아직 기억하지만 이 시도 따뜻하게 마음에 온다.

마종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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