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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나온김에 나들이"···文당부 무색해진 사회적 거리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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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 마지막날인 11일 서울 영등포본동주민센터에 투표를 하러 온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가람 기자

사전투표 마지막날인 11일 서울 영등포본동주민센터에 투표를 하러 온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가람 기자

서울 낮 평균 기온이 섭씨 15도로 포근했던 11일 서울 곳곳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사전투표 마지막 날이자 주말을 맞아 벚꽃을 보려는 나들이객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부활절과 총선만 잘 넘기면 ‘생활방역’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의를 당부했지만, 현장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은 무색해졌다.

1m 거리 두기 외쳤지만 계단서 뒤엉켜

이날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주민센터 1층 입구에는 투표하기 위해 모인 시민 50여명이 줄 서 있었다. 투표소는 4층이었지만 대기 줄은 계단을 지나 입구 밖까지 이어졌다. 임신 9개월 차인 구모(39)씨는 “병원에서 외부 활동을 조심하라고 해서 투표를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며 “사전투표 때는 사람이 적을 것이라 판단해서 나왔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사전투표 사무원들은 방역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1층 입구에서 적외선 체온계를 이마에 대고 발열을 체크했고 열 감지 카메라로 한 번 더 체온을 확인했다. 4층 투표소에서는 시민들에게 비닐장갑을 2장씩 나눠줬다.

그러나 밀려드는 시민들로 주민센터가 인산인해를 이루자 사회적 거리 두기는 무너졌다. 사전투표 사무원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말고 계단으로 올라가 주세요”라고 안내했지만 정작 비좁은 계단에서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들이 서로 뒤엉켰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 사람이 몰리자 좁은 계단에서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들이 서로 뒤엉켰다. 이가람 기자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 사람이 몰리자 좁은 계단에서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들이 서로 뒤엉켰다. 이가람 기자

투표 마친 후엔 봄나들이 떠나

이날 사전투표소에서는 가볍고 화사한 봄옷 차림이나 등산복을 입고 투표를 하러 온 시민이 눈에 띄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영등포본동주민센터를 찾은 김모(26)씨는 “지금까지 한 번도 투표를 놓쳐본 적이 없다”며 “오늘은 주말인 만큼 여자친구와 함께 사전투표도 하고 데이트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등산화를 신고 여의동주민센터를 찾은 장모(54)씨는 “남편과 함께 북한산 등산을 하러 가는 길에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들렀다”고 말했다.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 단위의 투표자도 있었다. 영등포본동주민센터 앞에서 유모차를 끌고 누군가를 기다리던 정모(37)씨는 “지금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아내와 교대로 투표를 하고 있다”며 “투표를 마치고 바로 아라뱃길로 드라이브를 갈 예정이라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고 했다.

주말인 11일 봄나들이객들이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돗자리를 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가람 기자

주말인 11일 봄나들이객들이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돗자리를 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가람 기자

벚꽃길 꽃잎 떨어지자 한강 공원으로 몰려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인근 여의도 벚꽃길에는 인파가 다소 줄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만개했던 꽃잎이 많이 졌기 때문이다. 대신 나들이객들은 여의도 한강 공원으로 몰렸다. 공원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펼치고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한강 공원으로 나들이객들이 몰리며 돗자리 사이의 거리는 지난주보다 더 촘촘해졌다.

남자친구와 함께 천안에서 왔다는 조모(22)씨는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한강에 놀러 오기가 눈치 보여 못 오고 있었다”며 “날씨도 풀리고 사람들도 많이 오길래 큰 걱정 없이 놀러 왔다”고 말했다. 돗자리를 깔고 친구와 함께 간식을 먹고 있던 방모(15)씨는 “코로나가 염려돼 일부러 한강 공원을 찾았다”며 “한강 공원은 탁 틔어 있어서 오히려 더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강 사업본부 관계자는 “한강 공원만 본다면 여긴 신종 코로나와 전혀 무관한 곳처럼 보인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11일 사회적 거리두기로 올림픽공원과 석촌호수가 부분 폐쇄되자 나들이객이 서울숲으로 모이고 있다. 이우림 기자

11일 사회적 거리두기로 올림픽공원과 석촌호수가 부분 폐쇄되자 나들이객이 서울숲으로 모이고 있다. 이우림 기자

서울 성동구 서울숲도 나들이객으로 붐볐다. 봄나들이 명소로 유명한 올림픽공원이나 석촌호수가 부분 폐쇄되자 인파가 몰린 것으로 보였다. 오후 4시 30분, 무지개터널 출구에서부터 서울숲 주차장까지 긴 자동차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안내 직원은 “주차장이 꽉 찼기 때문에 한대가 나와야지만 다음 차가 들어갈 수 있다. 3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제21대 총선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11일 오후 4시 기준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오전 6시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사전투표에서 선거인 총 4399만4247명 중 1032만982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누적 투표율은 23.46%이며 투표는 이날 오후 6시에 종료된다.

이가람ㆍ이우림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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