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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 간격 띄엄띄엄, 손 소독에 비닐장갑…“별 희한한 당 나와서 헷갈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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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호 03면

모든 유권자는 투표소에 마련된 소독제로 손을 소독한 뒤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해야 한다. 신인섭 기자

모든 유권자는 투표소에 마련된 소독제로 손을 소독한 뒤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해야 한다. 신인섭 기자

“손 소독하고, 장갑 착용하고 들어가세요.”

사전투표 첫날 표정 #서울역엔 전국 유권자 한 표 행사 #“공약 못 봤는데 어차피 안 지켜”

21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오전 서울역 3층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 입구에 사람들이 띄엄띄엄 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바닥에 표시된 1m 간격의 흰색 테이프에 맞춰 선 줄이다.

사전투표는 이날 오전 6시에 시작됐다. 코로나19 우려에도 서울역 사전투표소에는 길게 줄이 생겼다. 점심시간인 낮 12시에는 30명 넘게 투표소를 둘러싸고 줄을 서기도 했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줄 간격이 좁아지자 선관위는 바닥에 추가로 흰색 테이프를 붙여 두 줄을 만들었다.

가벽이 설치된 사전투표소 옆엔 두 개의 투표소가 따로 설치됐다. 열이 나는 유권자가 다른 유권자들과 동선이 섞이지 않도록 만든 투표소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 투표소 입구엔 열 감지 카메라가 설치됐다. 투표자들은 입구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손 소독제로 손을 닦은 뒤 양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소에 들어갔다. 오전 중 일회용 비닐장갑이 부족해지자 오후부터는 장갑을 기표 용구를 잡는 한쪽 손에만 끼도록 했다.

“(코로나19 우려로) 사람이 적은 날이 좋을 것 같아 미리 투표하러 왔다”는 사람도 많았다. 신분증을 확인한 뒤 지문을 찍고 투표용지를 받던 기존의 투표 순서와는 달리 올해는 코로나19 방지를 위해 지문 인식 대신 사인으로 대체됐다.

서울역 사전투표소엔 수만 명이 오가는 역의 특성상 전국 각지에 주소를 둔 관외 선거인이 많았다. 성동구가 지역구라는 김모(53)씨는 “일 때문에 부산에 내려가는 길에 투표했다”고 했고, 경남 진주에 사는 안지희(23)씨는 “집에 내려가는 기차를 타러 가는 길에 여유가 생겨 투표소에 들렀다”고 했다.

이번 선거는 비례 위성정당이 많아 혼란이 예상됐다. 실제로 “당이 너무 많아 뭐가 뭔지도 모르겠다. 내가 찍은 정당 이름만 기억한다”는 이들이 적잖았다. 인천에 사는 박정숙(70)씨는 “국회에서 치고받고 하더니 별 희한한 당이 나와서…. 지금껏 한 번도 빼놓지 않고 투표했는데 이렇게 헷갈린 적은 처음”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공약은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되지 못했다. 김모(54)씨는 “공약은 모르겠고 경제를 가장 잘할 만한 쪽으로 찍었다”고 했다. 영등포갑 지역구에 사는 윤모(37)씨도 “바빠서 공약을 못 읽었는데 어차피 안 지키지 않느냐”며 “약속을 잘 지킬 것 같은 사람들이 모인 곳을 찍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5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김정화 민생당 대표, 정봉주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등도 이날 사전투표를 마쳤다.

김정연·하준호·박건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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