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직격탄 맞은 ‘공유’… 에어비앤비 생사가 불투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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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호 15면

전통 산업을 뒤흔들며 급성장한 ‘공유경제’ 모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밀려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가뜩이나 기존 산업계 벽에 부딪혀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데, 감염병이 확산하면서 사업의 핵심 요소인 ‘공유’ 자체가 소비자의 인식에서 멀어지고 있다. 우버·에어비앤비·위워크 등 공유 업체의 성장 밑거름이 되레 이들 목을 옥죄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공유 업체는 생존을 위해 감원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코로나19 사태로 ‘소유 대신 공유’를 외쳐온 비즈니스 모델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코로나19 타격에 존폐 기로 #에어비앤비, 상반기 1조 손실 예상 #채용·마케팅 중단, IPO 무산 위기 #위워크, 소프트뱅크서 투자 철회 #우버, 지난해에만 1200여 명 감원 #코로나 진정돼도 활성화 미지수 #“공유경제 모델 진화 계기” 분석도

코로나19에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공유 업체는 숙박·사무실 공유를 앞세운 에어비앤비와 위워크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던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로 세계 항공·여행산업이 붕괴하면서 사세가 급속히 쪼그라들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의 주요 언론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올 상반기에만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중국 베이징에선 3월 이용객 수가 96% 감소했고, 서울과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같은 기간 40%가량 급감했다. 미국 주요 도시 객실 이용률은 3월 들어 20%대로 추락했다. 미국 뉴욕·시애틀·오스틴 등지의 객실 이용률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50% 이상이었는데, 넉 달 사이 30%포인트 가까이 급감한 것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실적이 악화하자 에어비앤비는 신규 채용과 많은 돈이 들어가던 마케팅을 중단했다. 임직원의 급여도 삭감키로 했다. 미국의 경제방송 CNBC는 “에어비앤비가 IPO는커녕 생존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내몰렸다”고 전했다. 위워크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뉴욕에선 위워크 사무실을 임대해 쓰는 기업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해당 위워크 전체가 문을 닫았다. 특히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 임차료 납입을 중단하고, 임대인과 임대차 재계약을 시도하고 있다. 급기야 2일엔 최대 주주인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10월 합의한 30억 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 매년 15억 달러(약 1조8000억원) 정도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1일 기준 위워크의 회사채 금리는 연 37%로 급등했다. 금리가 오른다는 건 회사채 가격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2025년 만기가 돌아오는 위워크 회사채 금리는 2월 21일까지만 해도 연 10.5%의 준수한 수준에서 거래됐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급등하기 시작했다. 손실을 줄이기 위해 위워크는 부동산 신규 임차를 중단하는 등 사업 축소에 나섰다. 해외 사업도 대폭 줄일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일본 등에 주력하고 중국·인도·남미 등지에선 아예 사업을 접기로 했다.

세계 최대 공유차량 기업인 우버도 코로나19 사태를 피해가지 못했다. 우버 최고경영자인 다라 코스로샤히는 최근 “코로나19로 미국 시애틀 수요만 60~70% 줄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인기 블로그인 더라이드셰어가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3월 13~16일 우버와 또 다른 승차공유 서비스인 리프트 수요는 각각 81% 줄었다. 같은 기간 운전자 수입도 약 80% 감소했고, 운전자 23.5%는 운전을 중단했다. 우버는 지난해 3분기 11억6000만달러(약 1조3470억원) 규모 손실을 낸 데 이어 4분기에도 11억 달러(약 1조3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우버의 지난해 연간 순손실은 85억 달러(약 10조34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5월 화려하게 나스닥에 상장한 우버의 주가는 1년도 안 돼 30% 이상 하락했다. 우버는 지난해에만 세 번에 걸쳐 1200여 명을 감원했다.

이에 대해 미국 IT기업 라이브퍼슨 로버트 로카시오 최고경영자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요즘 스타트업은 쉽게 투자를 받아 내 영웅 대접을 받고 있지만 정작 수익모델을 검토해보면 기업 가치가 크게 줄어드는 사례가 많다”며 “마치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시절을 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과거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사회적 거리두기는 공유경제 기업에겐 부담일 수밖에 없고, 코로나19가 진정된다 하더라도 공유 문화가 예전 수준처럼 활성화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새로운 기회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음식 배달이 늘면서 또 다른 공유 모델인 공유주방이나 공유상점은 활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신서정 SK증권 연구원은 “공유경제 모델은 잉여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란 관점에서 공급 및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위워크 등 기존 공유 업체의 위기를 공유경제의 몰락으로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도 “공유경제 모델에도 동선이나 공간을 무작위로 공유하지 않고 개인이 독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접목한다면 코로나19 이후에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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