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비난에 배민 결국 백기…김봉진 "수수료 인상 백지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사옥.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사옥. 연합뉴스

수수료 인상 논란에 휩싸였던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의장과 김범준 대표는 10일 공동 사과문을 내고 “4월 1일 도입한 오픈 서비스 체계를 전면 백지화하고 이전 체제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 6일 김범준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한 지 나흘 만이다.

이들은 “외식업주님들의 고충을 세심히 배려하지 못하고 새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많은 분께 혼란과 부담을 끼쳐드리고 말았다”며 “상심하고 실망하신 외식업주님들과 국민 여러분께 참담한 심정으로 다시 한번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요금제 개편 이후 외식업주와 관계기관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주로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좋겠다”는 주장이 많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 없는 요금제 개편은 안 된다는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배민은 지난 1일 주문 별로 수수료 5.8%를 부과하는 ‘오픈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정액제(월 8만8000원) 광고료 방식의 ‘울트라콜’에서 ‘정률제’로 변경한 게 골자다. 특정 업체가 울트라콜을 여러 개 등록해 앱에 중복으로 노출하는 이른바 ‘깃발 꽂기’ 문제를 해소하고 입점 업주의 절반 이상이 배민 수수료 부담 절감 혜택을 누린다고 배민은 주장했지만, 현장의 반발은 거셌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사실상 수수료를 사상 유례없이 폭등시킨 것”이라고 반발했고, 직접 전화 주문을 하겠다는 배민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독과점의 횡포가 시작됐다”고 비판한 데 이어 김진표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장도 “배민의 잘못된 수수료 부과 체계와 독과점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총선 출마자들도 앞다퉈 공공 배달앱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6일 김범준 대표 명의 사과문을 내고 “코로나19로 외식업주가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 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개선책을 발표했다. 업소별 주문량과 비용 부담 변화 등 데이터를 공개하고 코로나19로 경영난에 처한 소상공인의 3~4월 수수료 절반을 돌려주는 정책의 상한선(월 15만원)을 없앤다는 내용이다.

배민이 한발 물러선 후에도 악화한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재명 지사는 “반성과 사과에 따른 조치는 이용료 체제 원상복구와 깃발 꽂기 제한이어야 하는데 이런 언급 없이 또 다른 이용료 체제 개편을 하겠다고 한다”며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반발 모면을 위한 임시조치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선 “국민 무시에 영세상인 착취하는 독점기업”이란 표현도 썼다.

배민 측은 “앞으로 주요 정책의 변화는 입점 업주님들과 상시로 소통해 결정하겠다”며 “이를 위해 업주님들과 소통 기구인 협의체를 마련하고 정부의 관계부처, 각계 전문가들과도 머리를 맞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연합회는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데로 돌아간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의 뜻을 배민 측이 헤아려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배민 일부 사용자들만의 협의는 구색 맞추기, 면피용 협의가 될 수 있는 만큼 진정한 협의체 구성에 성의를 보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 사과문 전문

 외식업주님 여러분, 그리고 저희 배달의민족을 이용해주시는 이용자 여러분.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의장, 김범준 대표입니다.

저희는 외식업주님들의 고충을 세심히 배려하지 못하고 새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많은 분들께 혼란과 부담을 끼쳐드리고 말았습니다. 상심하고 실망하신 외식업주님들과 국민 여러분들께 참담한 심정으로 다시 한번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요금제 개편 이후 외식업주님들을 비롯해서 관계기관, 그리고 각계에서 많은 조언과 충고를 주셨습니다. 한결같이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이셨습니다. 더구나,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 없는 요금제 개편은 안된다는 말씀도 주셨습니다.

각계의 충고와 업주님들의 질타를 깊이 반성하는 심정으로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

이에 저희는 4월 1일 도입한 오픈서비스 체계를 전면 백지화하고 이전 체제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기술적 역량을 총 동원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이전 방식으로 복귀하겠습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우아한형제들은 저희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의 무게감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앞으로 주요 정책의 변화는 입점 업주님들과 상시적으로 소통하여 결정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업주님들과 소통 기구인 협의체 마련에 나서겠습니다. 정부의 관계부처, 각계 전문가들과도 머리를 맞대겠습니다.

저희는 외식업주님들과 배달의민족은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앱을 통해 식당에 주문이 더 늘어나고, 라이더 분들은 안정적인 소득을 누리시고, 이용자분들께서는 좋은 음식을 원하는 곳에서 드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뛰겠습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모든 분들께 응원 받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시 한번 불편을 느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의장, 김범준 대표-

관련기사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