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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대구공항의 추락, 코로나 땜에 이용객 94% '뚝'

중앙일보

입력

이용객 94%줄어든 대구국제공항 

대구국제공항 대합실이 텅 비어 있다. 뉴스1

대구국제공항 대합실이 텅 비어 있다. 뉴스1

지난 8일 오후 대구국제공항 1층 대합실. 항공사 카운터 앞에서 발권을 기다리는 승객이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대합실 한편에 설치된 티켓 자동발권기 앞과 은행 환전 창구 앞도 인적이 없었다. 늘 만차로, 주차 공간이 부족하던 공항 내 주차장도 빈자리가 여러개 보였다.

코로나19 사태 터지면서 대구국제공항 이용객 뚝 #역대 최저치 기록, 공항 활성화 정책 통하지 않아 #

일본·중국뿐 아니라 괌·러시아까지 항공기를 띄우면서 지난해 공항 이용객 467만명을 기록한  대구국제공항. 이렇게 '잘 나가던' 대구국제공항이 한 순간에 이름뿐인 '국제공항'으로 전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날개가 꺾이면서다. 공항이 위치한 대구는 코로나19 최대 피해 지역이다.

국제공항에 국제선 0편

텅 빈 공항 대합실. 뉴스1

텅 빈 공항 대합실. 뉴스1

9일 대구시와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국제공항 한 달 이용객은 2만2822명이다. 지난해 3월(공항 이용객 39만9486명) 대비 94.2%가 줄었다. 대구국제공항을 오가는 국제선은 0편. 지난 2월 말까지 대구와 해외를 잇는 항공편이 모두 운항을 중단했다. 지난 2014년부터 에어부산, 제주항공 등 9개 국내외 항공사는 대구와 일본·중국·홍콩·대만·괌·베트남·러시아 등 8개국 16개 도시, 국내 2개 도시(제주·인천)에 항공기를 띄웠다.

한국공항공사 측은 "대구에서 이용할 수 있는 항공편은 현재 티웨이 항공의 제주 노선 뿐이다. 공항 전체 항공편이 줄어들다 보니 공항 이용객이 감소한 것인데, 지난달 2만2822명의 한 달 공항 이용객은 대구국제공항 역대 최저치로 기록됐다"고 했다.

국내에는 대한민국 대표 허브 공항인 인천공항을 제외하고, 김해ㆍ제주ㆍ청주 등 14개 지방공항이 있다. 대구국제공항은 국내 지방공항의 성공 모델이었다. 서울 공항인 김포, 오래전부터 국제선이 활성화된 김해, 관광도시 제주 다음으로 많은 공항 이용객을 보유해서다.

대구공항 방역 나선 군. 연합뉴스

대구공항 방역 나선 군. 연합뉴스

대구국제공항은 군과 함께 공항을 쓰는 민군 통합 공항이다. 미주·유럽 노선이 없다. 유명 관광지 직항 노선이 인천이나 김해공항에 비해 적다. 그렇다고 대구에 딱히 내세울 유명 관광지조차 없다. 지방 작은 공항의 이용객 실적, 성공 사례가 주목받았던 이유다.

대구공항은 2004년 이전까진 괜찮았다. 서울을 오가는 김포 노선이 활성화됐고, 나름 중국 베이징·상하이 등 3개 중국 노선을 운항하며 '국제'라는 이름도 붙어 있었다. 2002년 공항 이용객이 228만명 정도였다. 그러다 2004년 최대 위기를 맞았다. KTX 개통으로 공항 이용객이 급격히 감소하면서다. 2007년엔 대구공항의 주력 노선이던 대구~김포 노선까지 폐지됐다.

반일 때도 성장세, 코로나엔 못버텨 

대구 동구 지저동에 위치한 대구공항 활주로에 전투기가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고 있다. [뉴스1]

대구 동구 지저동에 위치한 대구공항 활주로에 전투기가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고 있다. [뉴스1]

2009년 연 이용객이 102만명까지 떨어졌다. 이용객 100만명이 안 되는 무늬만 '국제'라는 이름이 붙은 공항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았다. 대구시는 한국공항공사와 대구공항 활성화 방안 찾기에 골몰했다. 그래서 '국제선 늘리기'를 생존 해법으로 놓고, 항공사 지원 조례, 항공기 운항 시간 조정 등을 만들어 이용객을 늘렸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8월 반일 분위기로 일본 일부 노선 운항이 중단됐다. 1차적 국제선 운항 감소가 있었지만 대구국제공항의 성장세는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들었다. 코로나19 극복 후 항공사들이 조기 복귀할 수 방안에 대해 대책을 대구시와 마련 중에 있다"고 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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