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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치명률 12.5% 이탈리아, 고령 탓 아닌 대기오염 때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31일 이탈리아 밀라노 시내 중심가인 두오모 광장에서 보호장구를 착용한 방역요원이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이탈리아 밀라노 시내 중심가인 두오모 광장에서 보호장구를 착용한 방역요원이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치명률이 12.5%에 이르는 이탈리아.

고령 환자가 많다든지, 의료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심한 대기오염에 노출된 탓일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스위스 제네바대학 환경과학연구소 다비드 포르나카 박사 등 스위스·중국 연구팀은 8일 사전 논문 공개 사이트인  medRxiv에 올린 논문을 통해 "코로나19의 지리적 확산을 분석하고 연평균 대기오염도와의 상관관계를 따진 결과, 대기오염과 코로나19 치명률이 높은 상관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중국과 이탈리아, 미국 상공에서 센티넬-5 인공위성이 분석한 대기오염 자료를 활용, 일산화탄소(CO)와 이산화질소(NO2)가 높은 경우 인구 10만 명당 바이러스 확진자 숫자가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초미세먼지(PM2.5)와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폼알데하이드 등 대기오염 물질 농도가 높은 경우 확진자 숫자가 높게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 일산화탄소 농도와 상관성이 높았고, 미국에서는 이산화질소 농도와 상관성이 높았다.
이산화황(SO2)의 경우는 상관관계가 없었고, 오존(O3)은 이탈리아에서는 강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나쁜 공기와 코로나19 발생, 그에 따른 치명률 사이의 상관관계가 가장 뚜렷했다.

왼쪽은 이탈리아의 인구 10만 명당 확진자 숫자, 오른쪽은 이산화질소 농도를 보여주는 지도다. [자료: 스위스 제네바대학]

왼쪽은 이탈리아의 인구 10만 명당 확진자 숫자, 오른쪽은 이산화질소 농도를 보여주는 지도다. [자료: 스위스 제네바대학]

연구팀은 "이탈리아의 높은 치명률이 수학적 예측보다 높은 것이 바이러스 돌연변이 탓이 아니라면 대기오염이 그 원인일 수 있다"며 "나쁜 공기는 담배를 피는 것은 같아서 오염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은 코로나19 감염과 사망에 훨씬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역별 연평균 오염도를 기준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실제 어느 정도 오염에 노출되면 바이러스에 취약해지는 것인지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위의 지도는 미국 카운디별 인구 10만 명당 확진자 숫자, 아래 지도는 이산화질소 농도를 나타낸다. [자료 스위스 제네바대학]

위의 지도는 미국 카운디별 인구 10만 명당 확진자 숫자, 아래 지도는 이산화질소 농도를 나타낸다. [자료 스위스 제네바대학]

한편,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연구팀도 이날  medRxiv에 올린 논문을 통해 "미국 내 대기오염과 코로나19 치명률을 분석한 결과, 장기 노출되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당 1㎍(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상승하면 코로나19 치명률이 1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미국 인구의 98%를 차지하는 3080개 카운티를 대상으로 지역별 17년 동안의 장기 대기오염 자료와 치명률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인구 규모와 병상 숫자, 검사 숫자, 기상, 사회 경제 수준, 비만과 흡연 등 행동 패턴 등을 고려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장기간 노출되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조금만 상승해도 코로나19 치명률이 높아지는 것이 통계적으로 확인됐다"며 "코로나19 상황 때는 물론 그 이후에도 사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기오염을 줄이는 규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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