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5G도 잡네” 속터지는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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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최근 유럽에서 5G 구축을 연기하는 국가가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로 당장 수요가 적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5G 안테나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이 나오며 반대 목소리가 컸다. 올해 1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한 집회 참석 여성이 ‘스톱 5G’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유럽에서 5G 구축을 연기하는 국가가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로 당장 수요가 적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5G 안테나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이 나오며 반대 목소리가 컸다. 올해 1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한 집회 참석 여성이 ‘스톱 5G’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로 5G(5세대)망 구축을 연기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

차질 빚는 글로벌 5G 시대 #미국·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 등 #5G 주파수 경매 중단, 망구축 연기 #삼성 통신장비시장 공략 급제동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도 악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만2000여명이 사망(5일 기준)한 스페인은 지난달 31일 5G 주파수 경매를 연기했다. 스페인은 당초 5G망 구축을 위해 6월 30일까지 700㎒ 대역 주파수 경매를 완료할 계획이었다. 스페인 정부는 “올 하반기까지 연기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며 “새로운 일정은 코로나19의 격리 조치가 언제 끝나느냐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오는 6월 말 예정했던 민간 광대역 무선서비스(CBRS) 주파수 경매를 한 달 연기했다. CBRS는 미국의 군사용 주파수인 3.5㎓를 일반 기업들이 5G망에 사용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사업이다. FCC는 “코로나19로 인한 위원회 직원들과 입찰 당사자들의 안전을 위한 가장 적합한 조치”라고 밝혔다.

지난해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지난해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의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유럽 각국과 미국 등이 5G망 구축을 속속 연기하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해 한국과 미국·중국에 이어 올해는 일본·유럽·러시아 등이 가세하면서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됐던 ‘글로벌 5G 시대’가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의 스페인과 프랑스·포르투갈·오스트리아, 또 5G망을 확대해야 할 미국에서 5G망 투자를 미루는 건 코로나19로 기대만큼 5G 수요가 커지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5G 가입자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투자비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통신사들이 발을 빼고 있다. 포르투갈의 경우 메오·노스·보다폰 등의 이통사 요청에 따라 5G 주파수 경매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텔레콤스는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 분석가의 말을 인용해 “2020년이 5G의 진정한 해가 될 것이라고 믿었지만, 현재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5G 구축 연기한 국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코로나19 확산 후 5G 구축 연기한 국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세계 각국의 5G망 구축 연기는 정보통신기술 시장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선 5G망 구축이 더딜수록 5G폰 시장 수요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 5G에 기대를 걸던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업계에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올해 반도체업계는 5G 시대의 본격화와 그에 따른 5G폰 판매 증가, 데이터센터 증설 등을 반등 요인으로 꼽아왔다. 5G 첫 상용화를 무기로 5G 통신장비 시장을 공략하던 삼성전자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인 IHS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26.2%), 에릭슨(23.4%), 삼성전자(23.3%), 노키아(16.6%) 순이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당장은 미뤄도 결국에는 5G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신용평가사인 피치레이팅은 3일 보고서에서 “통신사업은 항공이나 자동차, 식품 도소매 등과 비교해 바이러스에 덜 위협적”이라며 “통신사들이 당장은 소비자 수요 감소로 수익 압박에 직면하겠지만 5G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투자 속도를 둔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5G를 첫 상용화한 국내에서는 이통3사가 설비 투자로만 8조8000억원을 쏟아부었다. 또 올해도 전국망을 구축하기 위해 약 4조원가량의 추가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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