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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안 가리고 다 받아준 친절한 의사였는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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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호 08면

추모 포스터. [대한의사협회 제공]

추모 포스터. [대한의사협회 제공]

“보건소 업무가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을 때 코로나 이외 환자를 의뢰하면 흔쾌히 받아주던 분이었다.”

숨진 경북 경산 내과의사 추모 물결 #동료 “마스크 썼는데 감염 안타까워”

3일 경북 경산시 내과 개원 의사 A씨(59)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 안경숙 경산시 보건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안 소장은 “공무원이 몸에 이상이 있는 자가격리자의 증세를 적어서 A원장에게 가면 굉장히 귀찮고 번거로운 일일 수도 있는데 대리처방을 잘 해줘 굉장히 고마워하곤 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평소 A씨와 친분이 있는 동료나 주변 의료진도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집과 병원만 왔다 갔다 하는 조용한 성격인데 환자에게 참 친절한 의사였다”고 입을 모았다. 경북 김천 출신인 A씨는 김천고와 경북대 의대를 졸업했다. 현재 중앙병원으로 이름이 바뀐 경상병원에서 내과 과장을 하다 내과 전문의로 개원한 지 10여년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산시의사회 박종완 회장은 “환자 한명을 10분 넘게 면담하고 상태를 확인하는 진료 태도를 갖고 있었는데, 마스크를 쓰고도 감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와 고교·대학 동창인 대구시 수성구의 김승일 정신과의원 원장은 “고등학교 때부터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대학에 가서도 오로지 공부만 하는 스타일이었다”며 “환자를 위해 태어난 것처럼 환자 보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거기에만 온 열정과 자신의 모든 시간을 쏟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이날 오전 9시 52분 세상을 떠났다. 국내 첫 의료인 사망자이자 국내 175번째 사망자다. 그는 지난달 18일 근육통이 와서 경북대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튿날 입원한 뒤 갑자기 상태가 악화돼 에크모(ECMO·심장보조장치), 인공호흡기, 신장투석 치료를 받았다.

최근에는 심장마비로 스텐트 시술(심장혈관에 그물망을 넣는 것)을 했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자녀 2명이 있다. 정확한 감염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진료 중 확진 환자와 접촉하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월 26일과 29일 두 명의 (양성판정 이전) 확진자를 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양성판정을 받기 전까지 진료를 계속했지만 정확한 발병 날짜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 첫 외료진 사망에 대한의사협회는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으로 13만 의사 동료들과 함께 고인을 추모합니다”는 글을 올렸다. 의협은 “많은 의료인이 열악한 조건 속에서 코로나19와 악전고투하고 있다”며 의료인 보호를 강조했다. 이와 함께 “4일 토요일 정오에 진료실, 수술실, 자택 등에서 1분간 묵념을 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어달라”고 요청했다.

경산=위성욱·이은지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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