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김종인의 첫 메시지 "코로나 예산 100조 확보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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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선거 전략을 밝히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선거 전략을 밝히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금은 평상의 경제 상황이 아닙니다. 올해 예산의 20% 항목을 변경해 코로나 비상대책 예산으로 100조원 재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을 지휘할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한 말이다.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표와 19대 총선 승리를, 2016년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20대 총선 승리를 이끌어 '승리의 아이콘'이 됐던 그다. 그가 다시 보수당으로 돌아와 내뱉은 일성은 ‘코로나(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 코로나 19) 비상 경제대책’이었다.

이날 오후 총괄선대위원장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통합당을 국회 의석 과반 정당으로 만들어 6월 개원국회 개시 한 달 이내에 코로나 비상경제 대책을 완결해 제시하겠다”며 올해 예산 512조의 20%인 100조원 규모의 재원 확보를 얘기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 비상경제 대책의 초점은 재난 상황이 끝날 때까지 소기업과 자영업자, 그리고 그곳 근로자의 임금을 직접, 즉시, 지속적으로 보전해주는데 맞춰야 한다”며 “총선 직후 임시국회를 열어 헌법 56ㆍ57조가 규정하고 있는 예산 재구성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재정부도 즉시 이를 준비하기 바란다”고도 했다.

구체적인 경제 메시지는 그간 통합당이 '김종인 모시기'에 공을 들인 이유기도 하다. '경제민주화'의 상징적인 인물이자 ‘노태우 청와대’의 경제수석을 지내는 등 보수적인 색채를 지닌 그는 여야를 막론하고 중도층의 표심을 공략하기에 제격인 카드다. 여권의 인물이었던 그를 다시 보수 진영으로 영입하기 위해 지난 2월 말부터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직접 영입에 힘 써왔다.

장고 끝에 총괄선대위원장 직을 수락한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전 대통령과 지금 대통령이 탄생한 데 일조한 사람으로서 국민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며 “그런 까닭에 문재인 정부 심판에 앞장서 달라는 통합당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인생의 마지막 노력으로 나라가 가는 방향을 반드시 되돌려 놓아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21대 총선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황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회동을 한 후 기호 2번 포즈를 취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제21대 총선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황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회동을 한 후 기호 2번 포즈를 취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그의 발언은 곧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현재 당·정·청이 재난기본소득 100만원 지급을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100만원을 준다는 방식은 합리적이지 않다.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소득을 지속적으로 보장할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 대해 그는 “50년대 야당의 선거구호가 딱 맞는다”라며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게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선거 구호는 1956년 3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 대통령에 반대하던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내걸었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코로나 사태에 이만큼 대처하는 것은 지난 70년간 우리가 같이 쌓아온 국가의 역량 덕”이라며 “지금 정부를 맡은 사람들이 자화자찬할 하등의 이유도 없고 그럴 때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가운데)이 29일 오전 자신이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김재섭(서울 도봉갑·왼쪽) 후보 선거 캠프에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정병국 미래통합당 의원. 박현주 기자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가운데)이 29일 오전 자신이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김재섭(서울 도봉갑·왼쪽) 후보 선거 캠프에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정병국 미래통합당 의원. 박현주 기자

‘수도권 선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 전·후로 자신이 후원회장으로 활동하는 김재섭(서울 도봉갑) 후보 선거 캠프, 황교안(서울 종로) 후보의 선거 캠프를 방문했다. 그는 황 후보에게 “수도권 121개의 선거구를 어떻게 나눠 갖느냐에 따라 전반적인 승패가 좌우될 것”이라며 “종로의 서쪽을 많이 돌아라”라고 구체적인 주문을 했다. 그는 “선거는 앞서가는 사람보다 쫓아가는 사람이 훨씬 유리하다. 선거는 이길 것”이라고도 했다.

박해리·홍지유·박현주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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