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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이어 지원금도 지자체마다 들쑥날쑥…상대적 박탈감 vs 적극 행정

중앙일보

입력

부산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지난 2월 23일 오전 부산 동래구 동래시장에서 상인회가 영업을 중단하고 방역작업을 펼쳤다. 송봉근 기자

부산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지난 2월 23일 오전 부산 동래구 동래시장에서 상인회가 영업을 중단하고 방역작업을 펼쳤다. 송봉근 기자

부산 1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5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에게 '재난기본소득'(생활지원금)을 지급한다. 기초단체의 적극적인 행정을 반기는 입장과 재난소득을 받지 못하는 주민의 상대적 박탈감을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가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초단체의 재난소득 지급이 광역 단위로 확대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나섰다.

부산 16개 기초단체 중 5개 재난기본소득 5만~10만원 지급 #11개 기초단체 주민 “지역 차별이자 형평성 어긋나” 볼멘소리 #전문가 “긴급한 상황에서 일부 기초단체 적극적인 행정 환영”

 26일 오후 4시 기준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기초단체는 기장군·동구·남구·수영구·부산진구다. 기장군은 지난 24일 부산 기초단체 가운데 최초로 구민 1인당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기장군민 16만6000명에게 총 167억원을 지원한다.

 이틀 뒤인 지난 26일 부산진구와 수영구, 동구, 남구도 재난기본소득 대열에 동참했다. 지원금은 1인당 5만원이다. 이를 위해 부산진구는 180억원(36만명), 수영구는 88억원(17만6000명), 남구는 136억5000만원(27만3000명), 동구는 40억원(8만명)의 예산을 편성했다.

 지급방식은 제각각 다르다. 기장군과 부산진구, 남구는 현금으로 지급한다. 서은숙 부산진구청장은 “중앙 정부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은 논의에 상당 시간이 걸릴 것 같아 긴급하게 기초단체에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며 “지원 대상자를 가려내려면 행정력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모든 구민에게 바로 쓸 수 있도록 현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영구와 동구는 각각 선불카드와 지역 화폐인 ‘이바구페이’로 지급한다. 두 방식 모두 3개월 이내에 쓰지 않으면 소멸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지난달 25일 해방 이후 처음으로 문 닫은 부산 자갈치시장의 모습. 송봉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지난달 25일 해방 이후 처음으로 문 닫은 부산 자갈치시장의 모습. 송봉근 기자

 재난소득을 받는 주민들은 반기지만 받지 못하는 11개 기초단체 주민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부산 동래구에 거주하는 권모(51)씨는 “부산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온천교회가 동래구에 있어 피해가 가장 큰 곳”이라며 “지역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으니 가장 먼저 재난소득을 지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지역 주민들도 많다. 부산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이모(45)씨는 “해운대구가 부산에서 재정 여건이 가장 좋은 지자체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며 “기장군은 마스크도 무료로 나눠주더니 재난소득도 주는 것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해운대구민은 총 41만명으로 16개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다”며 “예산을 200억원 이상 확보해야 하는 만큼 재난기본 지급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난소득 지급을 결정한 서은숙 부산진구청장은 “재정 상황이 가능한 기초단체는 빨리 지급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지역 차별이 아니라 차이로 봐달라. 광역 단체에서 기초단체 간의 차이를 메우려는 노력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광역 차원에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이다. 오 시장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전 국민 대상 지원은 중앙 정부에서 추진해야 한다”며 “지방정부는 맞춤형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한해 긴급민생지원금 1856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한다.

지난 25일 대구시 북구 칠성동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 북부센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1000여명의 소상공인이 길게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대구시 북구 칠성동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 북부센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1000여명의 소상공인이 길게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기초단체의 적극적인 행정이 광역 차원의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위급한 상황에서 기초단체가 손을 놓고 있기보다 구민을 위해 적극적으로 고민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기초단체의 지원이 광역, 중앙 정부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면 어려운 시기를 좀 더 빨리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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