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소화제(1)

중앙일보

입력

탱자가 매우 유력한 소화제가 된다. 그러나 익은 정도에 따라 약효가 다르다. 너무 덜 자라 새파란 것이나 완전히 익어 누런 것은 힘이 약하다. 제일 효력이 낫기로는 직경 2cm가량 자라서 껍질 색이 반쯤은 노랗고 반쯤은 아직 파래서 전체적으로 알록달록 할 때이다. 약명을 대지실(大枳實)이라 부른다.

탱자나무 가시는 아주 고약하다. 그런 생김새로 이 식물이 순한 성질이 아니고 잘 뚫고 통하는 기운을 많이 타고났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성질에다 열매는 매우 쓴 맛이라 염증을 잘 헤쳐 준다. 그러므로 배도 좀 나오고 장실한 사람이 과식을 자주 하여 장 위에 기름도 끼어 있고 내장 활동도 뻑뻑하니 덜될 때 사용한다. 촌에서는 소가 체하면 탱자를 달여 그 물을 먹이면 대개 낫는다. 그러나 약력이 세므로 아이들이나 허약자는 조금만 먹든지 다른 약재를 선택한다.

귤껍질(귤피, 진피)도 흔히 쓰는 약재다. 귤껍질이 귤피인데 이것을 한두 해 묵힌 것을 묵을 진자를 써서 진피라 부르는 것이니까 사실상 같은 것이다. 귤은 변종이 많아 껍질의 맛이나 향기도 제각각이다. 현재 가장 흔한 것은 밀감 껍질인데 개량종이라 속은 맛이 좋아져서 좋지만 약으로 쓰는 껍질도 너무 순해져서 약력이 약한 편이다.

제주도에 가면 나쯔미깡(하귤:夏橘)이라고 있다. 인도 원산인데 유자보다 더 크고 껍질이 두꺼우며 속은 시어서 먹기가 좀 거북해서 주로 차 재료로 쓰이는데 이 껍질이 밀감 껍질보다 맛이 더 맵고 쓰며 향기도 세므로 약으로 쓰기에 더 적당하다. 제일 좋기로는 제주도 토종 귤인데 크기가 탱자보다 약간 큰 정도로서 제주도에서는 산물이라 불린다. 그 껍질은 쓴 맛이 적은 대신 냄새가 실내를 충분히 진동할 정도로 아주 향긋하며 약효 또한 최고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남아 있는 나무가 많지 않아 수확량이 적 고 가격도 비싸다는 것이다.

귤피는 위가 편하지 않으면 억지로 애를 쓰는 바람에 위장에 열이 생겨서 가슴 목 얼굴 쪽으로 답답하게 치밀어 오르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 이 때 그 향긋한 냄새와 맵고 약간 쓴 맛으로 기운을 아래로 시원하게 풀어내려 주는 역할을 한다. 기운을 내려 주므로 가래를 삭이는 역할도 아울러 하게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