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정력제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죽음이냐, 아니면 순간적인 쾌락이냐´

비아그라 시판을 앞두고 최근 국내에서도 이를 복용한 70대 노인이 뇌출혈로 입원하는 등 부작용이 공식 보고됨에 따라 의약품에 대한 일반인의 무분별한 복용문제가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그러나 의약품 오·남용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사실로 확인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태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강도높게 제기되고 있다.

비아그라가 시판된 이후 전세계에서 이미 130명 이상이 사망하고, 심장질환 등 다양한 형태의 부작용 보고가 끊이질 않고 있는데도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의 편의성만을 고집하고 있다.

특히 식약청은 현재 국내에서 의약분업이 시행되지 않고 있는 만큼 약국판매 허용은 불가피하며 다만 무분별한 구매를 억제하기 위해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 구입자에 대한 인적사항을 장부에 기재하도록 한다는 일방적인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대한비뇨기과학회는 복용하는 사람에 따라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 환자가 복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줄 것을 관계기관에 강력히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도 26일 73세 노인이 비아그라 100mg을 복용한 후 응급실로 와서 CT촬영 결과 두개내 출혈로 판명됐다는 비뇨기과학회의 공식 보고를 받고, 식약청에 부작용 사례를 제시했다.

경희의대 장성구(비뇨기과, 중앙약심 위원)교수는 "비아그라를 둘러싼 논쟁을 마치 ´밥그릇 싸움´ 정도로 보는 정부나 일반인 특히 언론의 시각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교수는 "발기부전 환자의 경우 의사의 정확한 진찰로 증상에 따라 정확한 용량을 투여해야 하는데 전문의약품인 비아그라가 마치 정력제인양 일반인들이 무분별하게 복용한다면 사회 윤리적인 문제를 떠나 자칫 잘못하면 평생을 성기능 불구자로 지내야 하는 비운은 물론 죽음까지 선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을 진정한 주인으로 모시겠다´고 표방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현행 제도를 운운하기 보다는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다운 객관적인 시각을 확실히 견지해야 할 것이다.

오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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