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확산하다’와 ‘확산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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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유럽에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사망자가 4000여 명으로 늘었다. 중국을 넘어선 수치다.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르며 ‘확산하다’는 말이 연일 오르내린다. 이를 두고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처럼 표현해야 자연스럽지 않냐는 것이다.

‘확산되다’로 써도 되지만 ‘확산하다’가 더 우리말다운 표현이다. ‘확산하다’는 흩어져 널리 퍼지다, ‘확산되다’는 흩어져 널리 퍼지게 되다는 의미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로 사용해도 넓은 범위에 미치다는 뜻을 전달하는 데 문제가 없다. 피동적 상황을 강조할 때 ‘확산되다’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론 ‘확산하다’를 많이 쓴다.

‘-하다’형 자동사를 굳이 ‘-되다’로 사용할 필요가 없다. 자동사란 스스로 움직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무엇이 널리 퍼졌다면 ‘확산했다’고 하면 그만이다.

‘-하다’로 끝나는 타동사는 “한 의사가 단서를 제공했다” “음식이 무료로 제공된다” 식으로 능동과 피동을 구별한다. 명사에 ‘-하다’가 붙어 자동사가 된 말에까지 이를 덮어놓고 적용할 필요는 없다. “유럽 대부분이 해당한다”고 하면 충분한데 “유럽 대부분이 해당된다” 식으로 고쳐야 한다고 여긴다. 영어 번역문에 익숙한 탓이다.

문법적으론 둘 다 허용하는 표현이나 의미 차이 없이 혼용할 수 있다면 ‘해당하다’가 우리말답다. 사물이 주어가 될 때도 능동형으로 표현하는 게 좋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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