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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한 트럼프 "코로나에 말라리아약", FDA는 "아직 미승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확진 1만 4250명, 사망 205명…코로나 전쟁 중 美 질본(CDC)은 실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백악관에서 회견을 통해 "항말리아제과 항바이러스제 3종 약품이 신종 코로나 치료제로 식품의약청(FDA) 승인 절차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단에 선 스티븐 한 FDA 청장(오른쪽)은 "대통령의 언급은 예외적인 '동정적 사용' 절차"라며 "정식 승인까지 수 주 더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백악관에서 회견을 통해 "항말리아제과 항바이러스제 3종 약품이 신종 코로나 치료제로 식품의약청(FDA) 승인 절차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단에 선 스티븐 한 FDA 청장(오른쪽)은 "대통령의 언급은 예외적인 '동정적 사용' 절차"라며 "정식 승인까지 수 주 더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항말라리아제와 항바이러스제 3종을 즉시 신종 코로나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청(FDA)이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들 치료제가 "매우 강력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하면서다.

마음 급한 트럼프, 미승인약 치료제 발표 #동석한 FDA 청장 "정식 승인하려면 수주" #예외적 말기 환자 '동정적 사용' 절차 #네브래스카 의대 등에서 임상시험 단계 #FDA "백신 임상시험도 12개월 걸릴 것"

18일 트위터로 매우 중요한 뉴스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지 하루 만에 신종 코로나 치료제를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급한 트럼프와 달리 FDA는 "아직 승인하지 않았다"며 "임상 시험이 끝나려면 수주에서 수개월 걸릴 것"이라고 밝혀 손발이 안 맞는 상황을 그대로 노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회견에서 "항말라리아제 클로로퀸(chloroquine)과 하이드록시 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이 FDA 절차를 통과했고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보통 신약 승인 과정은 오래 걸리지만, 이 약들은 관절염 치료제 등 다른 형태로 사용해왔던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 초기 시험에서도 아주 고무적인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에 처방할 수 있도록 아주 빠르게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설사 이 약이 계획대로 효과가 없더라도 사람을 죽이진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미네소타 주립대 유전자학센터 연구원들이 19일 항말라리아제인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이 신종 코로나 증상을 억제할 수 있는지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네소타 주립대 유전자학센터 연구원들이 19일 항말라리아제인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이 신종 코로나 증상을 억제할 수 있는지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이어 "미국 길리어드가 개발한 에볼라 치료제인 렘데시비르(remdesivir)도 이 바이러스에 아주 좋은 결과를 보이는 것 같다"며 "이것도 이미 승인을 받았거나 승인 직전"이라고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약들이 (국면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본 것을 근거로 이들은 매우 효과적이며,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말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수십년간 항말라리아제로 사용된 클로로퀸은 중국과 미국 일부 의사들이 신종 코로나 환자에 실험적으로 사용했지만, 효과를 입증할 충분한 데이터를 아직 확보하진 못했다고 한다. 렘데시비르도 네브래스카 의대가 신종 코로나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단계다.

회견에 동석한 스티븐 한 FDA 청장은 "FDA의 미국민에 대한 책임은 제품의 안전성과 효과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수많은 새로운 치료법 가운데 특정 환자에게 맞는 올바른 약과 올바른 시간, 올바른 용법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식 승인 시점에 관해선 "앞으로 수 주 동안 우리는 그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될 것"이라며 "우리를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앞으로 3~6개월 후 다른 치료법을 개발할 때까지 가교 구실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승인은 말기 암 환자 등에 제한적으로 실험용 신약 사용을 허가해주는 '동정적 사용(Compassionate Use)' 제도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네브래스카 의대 등이 동정적 사용 허가 절차를 통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한 청장은 "예방 백신의 임상시험도 12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CDC "50명 이상 모임 말라" 지침…이튿날 트럼프 "10명" 바꿔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센터 국장이 18일 백악관 캐비넷룸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간호사들과 면담 행사 도중 뒷자리에 앉아 있다. 그가 백악관 브리핑에서 모습을 감추자 앤서니 파우치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과 데보라 브릭스 백악관 코로나 조정관이 대신 브리핑에 나서고 있다.[EPA=연합뉴스]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센터 국장이 18일 백악관 캐비넷룸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간호사들과 면담 행사 도중 뒷자리에 앉아 있다. 그가 백악관 브리핑에서 모습을 감추자 앤서니 파우치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과 데보라 브릭스 백악관 코로나 조정관이 대신 브리핑에 나서고 있다.[EPA=연합뉴스]

손발이 안 맞는 건 FDA뿐이 아니다. 존스홉킨스의대에 따르면 이날 자정 현재 미국 내 확진자가 1만 4250명(뉴욕 5711명, 워싱턴주 1376명, 캘리포니아 1030명 등), 사망자는 205명(워싱턴주 74명, 뉴욕 38명, 캘리포니아 18명 등)에 이른 가운데 전쟁의 선봉에 서야 할 질병통제센터(CDC)는 실종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과 앤 슈쳇 수석 부국장은 지난 9일 이후 열흘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애틀랜타 CDC 본부도 이날부터 언론 브리핑을 중단했다. 레드필드 국장은 18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과 간호사들과의 면담 행사에 뒷자리에 앉았지만 발언은 하지 않았다. 매일 백악관 브리핑에선 그를 대신해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과 데보라 브릭스 백악관 코로나 대응 조정관이 답변하고 있다.

CDC가 사라진 건 2월 초 불량 진단키트를 개발해 결국 6주나 검사가 지연되면서 비난 여론이 폭발한 시점과 일치한다. CDC가 지난 15일 "50명 이상 모이지 말라"고 국민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이 "10명 이상 모이지 말라"며 바꾼 것도 혼선을 야기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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