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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한 달…‘성과 측정’과 ‘가이드라인’이 성패 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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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서로의 얼굴을 꼭 보여주세요.”

재택근무 규칙 정비 나선 기업들

“회의 안건과 결과는 공유해주세요.”

뱅크샐러드의 ‘올핸즈’ 미팅 모습. 개발 직군 직원 60여 명이 참여해 의견을 교환했다. [사진 뱅크샐러드]

뱅크샐러드의 ‘올핸즈’ 미팅 모습. 개발 직군 직원 60여 명이 참여해 의견을 교환했다. [사진 뱅크샐러드]

스타트업 스타일쉐어는 2월 말부터 전사 재택근무를 도입할 때, 이 같은 내용의 원격근무 및 화상회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는 “자율적인 재택근무 제도는 종전에도 있었지만 전 직원이 재택근무를 해도 업무 차질이 없으려면 세심한 업무 규칙과 복지 정책이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250명의 임직원에게 재택근무 문제점과 필요한 제도를 묻는 설문조사를 돌렸고, 이를 반영한 업무 가이드라인을 새로 만들었다.

‘화상 대화를 위한 팁’도 실제로 온라인 회의를 여러 번 경험해봤던 스타일쉐어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다. 컴퓨터만 있다고 해서 화상 회의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게 아니었다. ‘말이 울릴 수 있으니 같은 장소에선 한 명만 마이크 켜자’ ‘수십 명이 참여하는 회의도 온라인(구글 행아웃)으로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무실이 아닌 밖에서 근무하는 게 낯선 직원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규칙들이었다. 이 밖에도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에도 식비는 계속 지급해달라’는 직원들의 요청을 반영해 하루 8000원씩 식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핑크퐁’ ‘아기상어’로 유명한 스마트스터디는 재택근무시 매일 출퇴근을 알리는 메일을 보낸다. [사진 스마트스터디]

‘핑크퐁’ ‘아기상어’로 유명한 스마트스터디는 재택근무시 매일 출퇴근을 알리는 메일을 보낸다. [사진 스마트스터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택·원격 근무 체제가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이 업무 규칙과 소통 방식을 재정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늘어난 2월 마지막 주부터 본격적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한 기업들이 지난 한 달간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업무 소통 방식을 정하고 ▶업무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며 ▶회사 업무에 잘 들어맞는 협업 툴을 새로 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조직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스타트업들이 민첩하게 체질 개선을 하면서 재택근무에 잘 적응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택근무시 성과 측정 필요

더 나은 화상 대화를 위한 팁

더 나은 화상 대화를 위한 팁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토로하는 불만 중 하나가 출·퇴근 구분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컴퓨터만 켜면 바로 근무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 없이 계속해서 업무를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많은 회사가 온라인에서도 출·퇴근 시간을 명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고 있다.

업무량, 업무 성과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도 원격 근무 체제에서는 필수적이다. 많은 사람이 ‘집에서 일하면 사무실에서보다 느슨해지는 만큼 일을 덜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업무 성과를 객관적으로 잘 측정한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자산관리 앱(애플리케이션)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레이니스트는 2월 말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지만, 업무 성과는 이전과 차이가 없다고 한다. 뱅크샐러드는 개발자들의 작업 효율성을 ‘풀 판다’라는 업무 툴로 측정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해 인수한 ‘풀 판다’는 개발자들의 작업량, 작업 시간을 측정하고, 개발 작업에 대한 리뷰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툴이다. 회사는 이 툴을 이용해 팀별 업무 성과를 그래픽으로 표시해 공개했다.

뱅크샐러드에서 데이터 부문 사업을 이끄는 천인우 리더는 “전사 재택근무를 시행한 이후 개발자들의 생산성은 재택근무 이전보다 확연히 늘었다”며 “재택근무 1주차 때보다 2주차의 능률이 더 상승한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업무 성격에 맞는 툴 써야

이 회사가 업무 효율성을 끌어 올릴 수 있었던 비결에도 ‘재택근무 기본 수칙’이 있다. 데이터 관련 팀들은 매일 팀별로 15분씩 ‘스탠드업 미팅’을 한다. 사무실이었다면 다 같이 모여 회의했겠지만, 요즘에는 화상으로 매일 오전 일정한 시간에 ‘구글 행아웃’에서 모인다. 천 리더는 “오전에만 얼굴을 맞대고 업무 현황을 공유하고 논의 사항을 처리하니까 오후에는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어 자연스레 능률이 향상됐다”고 했다. 오후에는 회의를 일절 하지 않고, 직원들의 업무 진행과 관련해서 서로 관여하지 않는다.

업무에 필요한 협업 툴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앱을 쓰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고 있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뱅크샐러드는 즉시 응답이 필요한 소통은 ‘슬랙’으로, 구성원들에게 업무 사항을 인수·인계할 때는 ‘티켓’이라는 툴을 활용한다. 회사 대다수 직원이 참여하는 화상회의에서는 ‘구글 행아웃’을 이용했다. 이 회사는 반드시 해당 업무를 체크할 필요가 있는 사람에게 알림이 가는 ‘다큐봇’이라는 프로그램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스타트업 스마트스터디도 전사 커뮤니케이션에는 ‘라인’을, 개발자들과의 소통에는 ‘슬랙’, 중국 사업 담당자는 ‘위챗’을 사용한다.

천인우 뱅크샐러드 리더는 “팀원들과 리더들이 1대 1 미팅을 하는 등 달라진 근무 방식을 주기적으로 검증하고 회고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유연·재택 근무를 안착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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