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오늘 밤 넘기기 힘들다" 17세 사망 의문점 3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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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 남구 영남대학교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시 남구 영남대학교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정모(17)군이 숨졌다. 보건당국이 밝힌 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정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인지는 현재까지 불명확하다. 중앙일보는 기저질환 없이 건강했던 10대 소년이 발열 증상을 보인 후부터 사망하기까지 전 과정을 취재했고, 여러 의문점과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 중 3가지를 짚어봤다.

1. 41도 넘은 정군은 왜 집에 있다 위중해졌나 #2. 1339 연락했지만…"검사 결과 안나와 애매" #3. 사망진단서 사인, 코로나→일반 폐렴 왜

① 41도 고열, 폐렴 환자를 왜 집에 보냈나

41도 이상 고열을 보인 정군이 찾은 병원에서는 왜 그를 집에 돌려보냈을까. 정군의 부모는 1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간 병원에서 24시간 골든 타임을 허비했다"고 호소했다.

경북 경산시에 거주하는 정군은 지난 10일 비 오던 날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약국을 찾았다가 한 시간을 추위에 떨었다. 이후 발열 증상이 시작됐다. 부모는 정군을 데리고 경산중앙병원을 찾았다. 지난 12일 오후 6시 경산중앙병원 응급실에 갔고, 열을 재본 의사는 "열이 굉장히 높다. 코로나 19 검사를 해야 하는데 선별진료소가 문을 닫았으니 내일 다시 오라"며 약을 처방해줬다. 정군의 부모에 따르면 당시 정군의 체온은 41.5였다. 야간에 운영하는 선별진료소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다음날 찾은 경산중앙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정군은 코로나 19 검사를 받았고, 폐 X선 촬영 등을 통해 병원은 정군의 상태가 심각함을 인지했다. 의사는 "폐에 염증이 보인다"고 설명하면서도 입원 치료 대신 "더 센 약을 처방해주겠다"며 정군을 돌려보냈다. 심지어 이날 오후 부모가 다시 병원을 찾자, 병원 측은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다"고 했다.

정군의 부모는 "부랴부랴 영남대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앰뷸런스를 불러달라고 했는데 그마저도 거절당했다"며 "퇴근 시간이라 차가 막힐 것 같고 손이 떨려서 운전을 못하겠다고 했는데도 안 된다고 해서 제 차로 영남대병원까지 이동했다"고 말했다.

② 1339는 왜 경산중앙병원으로 가라고만 했나

그렇다면 정군의 부모가 연락했다는 1339에서는 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을까. 두번째 의문점이다. 실제 지난 13일 병원에서 정군을 집으로 돌려보내자, 부모는 1339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다. 아버지 정씨는 "X선 결과에서 폐렴 의심 증상이 있다고 하는데도 병원에서 집에 가라고 해서 왔는데 애가 열이 40도가 자꾸 넘으니 1339에 전화를 걸었다"며 "그런데 1339 직원이 코로나 검사 결과가 아직 안나와서 딱히 해줄 게 없다더라. 그냥 경산중앙병원에 다시 가보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소속 코로나19 상담 콜센터인 1339에 도움을 청했지만, 관할 보건소에 연락해보라는 등 추가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씨는 "아들은 끙끙 앓는데 어디 한 군데 도와주는 곳이 없었다. 최근 3주간 외출이 거의 없어 우리 입장에선 코로나를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답답했다. 코로나 확진이 안된 환자들은 열이 41도가 넘어도 치료를 못 받는 감염병의료체계가 원망스러웠다"고 했다.

③ 사망진단서 사인 왜 바뀌었나

세번째 의문점은 정군이 사망한 병원에서 사망 원인을 초반에는 코로나로, 나중에는 일반 폐렴으로 봤다는 점이다. 정군은 그동안 수차례의 코로나 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정군이 사망한 18일 부모가 받은 사망진단서에는 직접 사인이 '코로나 폐렴에 의한 급성호흡부전'이라고 쓰여 있었다. 따라서 정군의 부모는 이 사망진단서를 장례식장과 학교 측에 제출했으나, 병원 측에서는 다시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일반 폐렴이 맞는 것 같다"고 부모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실제 19일 보건당국은 정군에게 최종 '음성' 판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정군의 부모는 "의료진들이 그동안 음성 판정이 나왔음에도 코로나 19를 의심해왔다"며 "일반 폐렴으로 곧바로 바꾸기보다는 질본의 확실한 판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다"고 말했다. 영남대병원 측에서도 "코로나가 의심됐지만, 음성이 수차례 나왔기에 사망 당시 정군의 상태로 진단서가 나오는 게 맞다고 판단해 부모에게 이를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폐렴구균 [사진 질병관리본부]

폐렴구균 [사진 질병관리본부]

이런 의문점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병원의 대처가 아쉽다고 지적한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17세가 40도 넘는 고열이 난다면 입원 치료가 원칙"이라며 "코로나를 떠나서 일반적으로 40도 넘는 고열과 폐렴이 같이 나타나는 것 자체가 입원의 중요한 지표"라고 했다. 고열과 폐렴 증상이면 입원치료가 맞기에 병원의 대처가 아쉽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부연설명을 통해 "17세 소년이 고열과 폐렴으로 갑자기 숨지는 일이 드물지만 없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20대 초반 환자가 고열과 폐렴으로 갑자기 상황이 악화돼 한 달 동안 인공호흡기를 걸다가 사망한 경우가 있다"며 "코로나 19 말고도 일반인들이 모르는 각종 바이러스가 많다"고 했다.

다만 1339의 대처에 관련해서 정 교수는 "물론 적극적인 대처가 없어 아쉽긴 하지만, 1339 콜센터는 근본적으로 의료인이 아니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최근 문의 전화가 쏟아지는 데다 의료 지식이 부족한 콜센터 직원 입장에선 나름의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경상중앙병원 측은 "정군의 부모에게 송구하다"며 "코로나 19 음성일 경우 우리 병원에서 치료하면 되지만, 양성일 경우엔 음압병실이 있는 3차 병원으로 가야해서 입원을 시킬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정종훈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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