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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구 봉사 첫날, 병원은 전쟁터…지구 종말 같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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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8일 “거대 양당이 편법으로 만드는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을 국민이 표로 심판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언박싱]

그는 이날 중앙일보 정치언박싱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미래통합당과 그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은 서로 욕심을 채우려다 내분이 일어났고, 더불어민주당은 그렇게 비례 정당을 비난하더니 자기들이 그대로 따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대표는 2주간(1일~14일) 대구 동산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의료 봉사를 한 뒤 15일부터 서울 노원구 상계동 집에서 자가 격리(28일까지 2주간) 중이다. 이날 인터뷰는 화상으로 진행됐다.

그는 통합당과의 총선 연대 가능성에 대해 “어떤 협상도 주고받은 일이 없다. 우리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방역도 경제도 희망보다 진실을 말하고 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일 오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 관련 진료를 마친 뒤 비상대책본부 건물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일 오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 관련 진료를 마친 뒤 비상대책본부 건물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의료봉사 때 겁은 안 났나.  
감염과 사망의 위험이 높은 전쟁터였다. 사실 방호복을 입고 벗을 때 감염이 될까 아주 긴장했다. 특히 첫날 방호복을 입고 병원 1층 로비에 들어섰을 때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지구 종말의 날이 생각났다.  
의료 봉사하는 ‘의사 안철수’가 낯설다.
(웃으며) 내가 벤처 기업가, 교수, 정치인 등을 했는데 가장 오래 한 일이 의사다. 10대 후반 의대에 들어가 만 33살까지 일했다. 제 정체성이 의사다. 그리고 아내와 내가 처음 만난 게 의료봉사 현장이었다. 어색할 게 없다.
정부 대응을 평가해 달라.
실로 많은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은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 정부에 대한 평가는 나중이다.
대구 봉사를 전후해 지지율이 오름세다.
그런 걸 기대하고 간 건 아니다. 다만 시민에게 격려받으면서 ‘지금까지 내가 많은 이미지 조작을 당했구나, 허위 사실에 의해 낙인을 찍혔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인터뷰는 뿔뿔이 흩어진 안철수계 인사, 27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등으로 이어졌다. 김삼화ㆍ김수민ㆍ김중로ㆍ신용현ㆍ이동섭ㆍ이태규 의원 등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 6명은 지난달 18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했다. 이들 중 이태규 의원만 안 대표가 있는 국민의당으로 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5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진료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봉사를 마친 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소회를 밝히고 있다. [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5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진료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봉사를 마친 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소회를 밝히고 있다. [뉴스1]

안철수계 대부분이 통합당으로 갔는데.
그분들에게 ‘저는 제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씀드렸다. 다만 다들 현실 정치인이기에 어떤 결정을 하든 존중하겠다고 했다. 뜻을 펼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역구 후보 없이 비례대표 후보만으로 총선을 치르는데.
귀국할 때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견제해야겠다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두 번째가 실용적 중도정치를 자리 잡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이룰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다.  
앞으로 선거 전략은
지금 자가 격리 중이다. 선거운동에도 제약이 크다. 오히려 남들이 안 해본 시도들을 해볼까 한다. 다른 정당에서 베낄 수 있어 당장 공개하긴 어렵다. (자가 격리 기간 중 매주 두 차례 유튜브 방송을 할 계획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화상으로 연결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화상으로 연결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인터뷰는 여야의 비례 위성정당에 대한 이슈로 이어졌다. 앞서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는 지난 11일 안 대표에게 통합을 제안했다.

여야의 비례 위성정당을 어떻게 보나.
지금 보면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내분으로 서로 자기 욕심만 챙기는 모습이다. 민주당도 위성정당을 추진 중인데 그동안 얼마나 이를 비난했나. 심지어 통합당이 위성 정당을 만들었다고 고발까지 했다. 그런데 그걸 그대로 따라 하나.
한선교 대표를 만날 의향이 있나.
답할 필요가 없다. 찾아오셔도 못 만난다. 나는 자가격리 상태다. 만날 이유를 못 찾겠다.
통합당과의 선거연대는 가능한가.
연대라는 게 서로 주고받는 것 아닌가. 협상을 하지도 않았고, 주고받은 것도 없다. 제가 지역구 공천을 포기한 것은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고자 하는 자기 희생적인 결단이다.
반문(反文) 연대는 어떤가.
난 누구를 반대하기 위해 정치하는 게 아니다. 우리 편은 항상 맞고, 옳고 상대편은 무조건 틀리다는 진영 정치에서 벗어나 중도 실용정치를 펼치고자 한다.  
방호복을 입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일 오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관련 진료를 마친 뒤 병동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방호복을 입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일 오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관련 진료를 마친 뒤 병동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진영논리가 강한 대한민국에서 중도정치가 생존할까.
지금 거대 양당을 보면 정치를 하는 목적이 선거에서 이겨 세금으로 자기편 먹여 살리는 것이다.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오로지 이미지 조작 기술밖에는 없다. 이런 정치 현실을 볼수록 중도 실용만이 유일하게 우리나라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는 신념이 강해진다.
총선 목표는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 20%(10~15석)다. 여야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게 목표다.  
대선 주자로서 성공하려면 거대 정당이 필요하지 않나.  
대선까지 신경 쓸 마음의 여유가 없다. 제 머릿속에는 온통 총선 생각뿐이다.
경제가 심각한데.
방역에서 제일 큰 원칙이 희망보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거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진실을 이야기하고 대비해야 한다.
과거 민주당을 이끌기도 했다. 지금 민주당은 어떤가.
전체주의 정당 같다. 진보하기 위해서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 교류하면서 새롭게 변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민주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 수구 정당이다.
 중앙일보와 화상인터뷰를 진행 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영상 캡처.

중앙일보와 화상인터뷰를 진행 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영상 캡처.

문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경제 위기를 시작으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큰 위기가 올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편, 상대편을 가리지 말고 인재를 폭넓게 썼으면 한다. 문제를 푸는 건 결국 사람이다.  

현일훈ㆍ윤정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영상·그래픽=강대석·이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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