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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사의 일기] 서랍 속 간호사 면허증 꺼냈다···경북 달려간 스타트업 대표 새 신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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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의료원으로 파견 지원을 간 오성훈 간호사(29). [사진 오성훈]

안동의료원으로 파견 지원을 간 오성훈 간호사(29). [사진 오성훈]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경북 지역을 강타할 무렵, 스타트업 대표인 오성훈(28)씨는 서랍 속 간호사 면허증을 꺼냈다. 2018년까지 전남대병원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치료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파견 지원서에 "가장 도움이 필요한 곳에 보내달라"고 적었다. 지난달 29일부터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일주일 근무했다. 이후 6일부터 안동의료원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웹툰 작가이기도 하다. 코로나 현장을 담은 그림일기를 연재한다.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오성훈 제공]

오성훈 간호사의 그림일기 전문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이었지만
왜 이리 차갑게만 느껴졌을까요.

봄이 되어 새싹이 움트고 꽃이 피고
아이들이 뛰놀아야 할 것만 같지만
온세상이 고요하다 못해 적막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낯선 손님이 찾아와
온 국가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합니다.
도대체 언제쯤, 이 상황이 잠잠해질까요.

저는 경상북도 청도대남병원에서의 1차 임무를 완수하고
현재는 안동의료원에서 확진자를 직접 간호하고 있습니다.
의료인들이 부족하다는 대한간호협회의 호소문을 보고
직접 자원해서 왔지만, 저도 두렵고, 무섭긴 마찬가지입니다.

간호를 하다 정신과 환자들이 돌발 행동을 하지는 않을까.
만에 하나 확진자를 간호하다가 나도 감염이 되진 않을까.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하루에도 수 십 번씩 걱정을 합니다.
병원과 숙소만 오가며 격리된 상황도 이제 지쳐만 갑니다.

레벨 D 방호복을 입으면 10분만 활동을 해도 온몸에 땀이 흐릅니다.
열기가 빠져나갈 곳이 없어 고스란히 그 열기가 얼굴에 올라옵니다.
그 열기로 인해 고글에 습기가 차고, 시야가 점점 흐려집니다.
마스크로 인해 숨쉬기가 힘들어 병실을 뛰쳐나가고 싶을 때도 많습니다.

근무가 끝나면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그 상실감이 때론 버겁습니다.

결혼 5개월 차 신혼부부이지만 생이별을 각오하고
떠나던 날 눈물을 흘리며 안아주던 아내가 보고 싶습니다.

대표의 빈자리가 매우 크겠지만 믿고 다녀오라던
널스노트 회사 식구들과 화상 회의를 하다 보면 괜스레 미안합니다.

자식이 ‘사지’에 가는 것 같다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저를 보내시던 부모님의 그 작별 인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돌아갈 수 없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이 아직 더 남았기 때문입니다.
저로 인해 누군가는 더 치료를 잘 받게 되고,
부족한 의료진의 일손에 조금의 보탬이라도 된다는 게
이곳 가운데서 보람을 느끼며 하루하루 버티는 이유입니다.

생명을 담보로 국가의 재난 상황 가운데
봉사와 희생을 자처한 백의의 전사들이 여기 있습니다.
그들의 수고와 헌신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국가와 국민, 의료진이 함께 힘을 모아
밤잠을 줄여가며 상황을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희생과 섬김을 봐서라도 조금만 더 힘을 내주십시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옵니다.
코로나 19에 빼앗겨버린 2020년의 봄이
하루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싱그러운 초목과 아름답게 만개한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고 싶습니다.

그 날을,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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