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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항쟁 관련자 故고호석, 국가 손배소 패소…“대통령이 명예회복 약속했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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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부마민주항쟁 당시 부산시내에 등장한 탱크. 사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연합뉴스

1979년 10월 부마민주항쟁 당시 부산시내에 등장한 탱크. 사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연합뉴스

부마민주항쟁 피해자인 고(故) 고호석 전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상임이사가 생전에 제기한 국가배상 1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17일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에 따르면 지난 12일 부산지법에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재판부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시효(3년)가 소멸됐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고 전 상임이사는 1979년 부마민주항쟁 당시 부산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재학 중에 경찰에 체포돼 부산영도경찰서와 계엄사합동수사본부에 연행된 후 8일 동안 구금돼 모진 고문을 당했다.

이후 2016년 8월 8일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 및 관련자 명예회복 심의위원회로부터 부마민주항쟁 관련자로 인정받았다. 고 전 상임이사 측은 2019년 6월 13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 기산 시점을 고인이 부마항쟁 관련자로 결정된 2016년 8월이 아니라 2010년 5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부마민주항쟁 피해자 구제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한 때로 봤다.

다만 “긴급조치 등 위반 혐의로 영장 없이 체포·구속돼 그 수사과정에서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는 공무원 불법행위”라며 고인이 입은 피해를 인정했다.

하지만 재단 측은 고 전 이사가 통보받은 시점은 2016년 8월 25일이고 국가손해배상 청구를 3년이 지나지 않은 2019년 6월 13일 했으니, 공소 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단은 “고 전 상임이사가 관련자로 인정된 날을 소멸 시효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며 1심 판결에 이의를 제기했다. 또 “지난해 부마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 40주년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부마항쟁 관련자 명예회복과 보상을 약속한 취지에 역행한 판결”이라며 “피해 당사자가 직접 알 수 없는 과거사위원회 발표일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재단은 이번 1심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하고,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 전 상임이사는 지난해 11월 골육종암 투병 중 별세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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