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입국자 확진 22명으로 늘어, 지역사회 감염 우려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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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가세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 유럽 지역 대유행이 감염 확산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유럽 입국자가 양성 판정을 받는 등 해외 유입 사례가 잇따르고 2·3차 감염 우려를 낳고 있다. 보건당국은 “사태 초기와 다른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현황 및 확진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현황 및 확진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이틀 새 (14~15일) 유럽 여행을 하고 돌아온 4명이 국내 검역 과정에서 양성으로 확인됐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입국 검역 과정에서 확진환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유럽 유행 탓에 양성 판정을 받는 입국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16일까지 해외 유입 추정 50건..유럽이 진원지 중국 넘어서 #당국 “최근 4명 검역서 감염 확인..새로운 양상” 진단

4명의 확진자는 모두 한국인이며 체코·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영국 등 유럽을 여행했다. 정 본부장은 “1월 29일~3월 13일 검사에서 한 건도 나오지 않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말했다.

1월1일부터 3월 16일 0시까지 확진자 가운데 해외 유입 추정사례 현황. [자료 질병관리본부]

1월1일부터 3월 16일 0시까지 확진자 가운데 해외 유입 추정사례 현황. [자료 질병관리본부]

16일 0시 현재 해외 유입 추정 확진 50건 가운데 유럽(22명)이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16명)을 넘어섰다. 유럽 중에는 이탈리아가 8건으로 가장 많고, 프랑스(6건)가 다음이다. 이밖에 스페인·체코·영국·독일·폴란드 등이 포함돼 있다.

16일 경기도 안산에서 프랑스로 신혼여행을 갔다 지난 14일 입국한 30대 신부가 추가로 확진됐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귀국 하루 만인 15일 기침 등의 증상을 보였다. 여행지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일본발 여객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검역과 연락처 확인 등의 특별입국절차를 거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일본발 여객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검역과 연락처 확인 등의 특별입국절차를 거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지역사회 유행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며, 해외의 역유입을 경계할 시기라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공항 검역 과정에서 확진자를 걸러내면 다행이다. 입국 당시 증상이 없어 검역을 통과했다가 뒤늦게 확진돼 지역사회에서 2·3차 연쇄감염 우려를 키우기도 한다.

앞서 부산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20대 남성은 지난 4일 이탈리아 등을 여행한 뒤 입국해 일주일 가량 일상생활을 하다 확진 받았다. 열흘간 유럽여행을 하고 들어온 광주 동구의 40대 여성도 입국 당시 무증상이었고, 이틀 뒤 감염 사실을 알았다. 20대 프랑스인 여성이 입국한 뒤 친구이자 밀접접촉자인 서울 마포구 20대 남성을 감염시켰다.

정부는 16일 특별입국절차 적용 대상을 이탈리아·프랑스·독일·스페인·영국·네덜란드에서 전 유럽 국가로 확대했다.

지난달 경기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검역 당국 관계자가 열화상 감지 카메라로 중국발 여객선 입국자들의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경기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검역 당국 관계자가 열화상 감지 카메라로 중국발 여객선 입국자들의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특별입국절차 대상자는 발열과 호흡기 증상 검사를 받고, 건강상태 질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모바일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 14일간 매일 상태를 입력해야 한다. 15일 기준 입국자는 1만5457명(15일 기준)이다. 1월 중순보다 90%가량 감소했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현재의 조치로는 무증상 감염자의 입국을 막는 등 효율적인 방역이 어렵다. 더 철저히 해야 한다. 입국자는 일정 기간 자가격리하도록 방침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부산=이은지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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