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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스포츠 스타들, 왜 코로나에 감염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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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에A 선수 중 처음 코로나19에 감염된 유벤투스 수비수 다니엘레 루가니(오른쪽). [EPA=연합뉴스]

세리에A 선수 중 처음 코로나19에 감염된 유벤투스 수비수 다니엘레 루가니(오른쪽).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글로벌 스포츠 시계를 멈춰세웠다. 올 시즌 막바지를 향해 가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 세리에A 등 유럽축구 3대리그가 모두 리그 일정을 중단했다. 미국프로농구(NBA)를 비롯한 미국 프로스포츠도 ‘올 스톱’ 상태다. 오는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 또한 비관적인 전망이 커지고 있다.

격렬한 운동 직후 2~3일 면역 기능 저하 #세리에A 선수 감염자 비율, 일반인 60배

내로라하는 프로스포츠 종목들이 줄줄이 멈춰선 이유는 소속 선수들 중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일반인에 비해 운동량도 운동 능력도 뛰어나 건강하다고 여겨지는 스포츠 스타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소식은 상대적으로 더 큰 주목을 받는다.

통계적으로도 선수들의 감염률은 일반인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16일 기준 11명의 확진자를 낸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의 경우 전체 등록 선수(460명) 대비 확진자 비율은 2.4%에 이른다. 이탈리아 국민(6000만명) 대비 감염자(2만4747명) 비율 0.04%와 비교하면 60배나 높다.

NBA 선수 중 가장 먼저 확진자 판정을 받은 유타재즈 센터 뤼디 고베르(오른쪽). [AP=연합뉴스]

NBA 선수 중 가장 먼저 확진자 판정을 받은 유타재즈 센터 뤼디 고베르(오른쪽). [AP=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강호 첼시의 전 팀닥터 에바 카네이로는 지난 15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과 인터뷰에서 “원인은 면역력 감소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즌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체력이 떨어지고, 이에 맞물려 면역력 감소 현상도 발생한다는 의미다. 카네이로는 “일정상 이동이 잦아 공항이나 터미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점, 잦은 이동 때문에 수면 리듬이 자주 바뀌는 것도 질병에 쉽게 노출되는 원인”이라고 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과 의무분과위원을 역임한 정태석 스피크재활의학과 원장도 카네이로의 설명에 공감했다. “축구 농구 등 고강도 운동을 마친 운동 선수들은 2~3일 가량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겪는다”면서 “이 기간 중 여러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질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정태석 스피크재활의학과 원장. 중앙포토

정태석 스피크재활의학과 원장. 중앙포토

정 원장은 “체력소모가 많은 운동을 하면 선수들이 코 대신 입으로 숨을 쉬는 빈도가 높아지고, 땀 배출로 인해 몸이 탈수 상태가 되면서 상기도(기도 윗부분)가 건조해진다”면서 “면역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기도가 건조해지며 노폐물 제거 능력마저 떨어지면 바이러스에 취약한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단 한 명의 감염자도 없는 국내 프로스포츠 선수들과 달리 해외 선수들 사이에 확진자가 속출하는 이유는 뭘까. 정 원장은 “생활 환경과 시스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합숙 문화가 낯설지 않은 국내 선수들과 달리 해외 선수들은 원정경기가 없을 때 자택에서 클럽하우스로 출퇴근하는 게 일반적”이라 언급한 그는 “어디서나 규범을 잘 지키는 아시아권 선수들과 달리 유럽과 남미 선수들은 훈련장과 경기장을 벗어나면 통제를 받지도, 그에 따르지도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첼시(잉글랜드) 소속 미드필더 메이슨 마운트가 구단의 자가 격리 지시를 어기고 공원에서 축구를 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영국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첼시 선수 칼럼 허드슨-오도이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구단이 모든 선수들에 대해 자가 격리를 지시했지만, 마운트는 이를 어겼다”면서 “친구인 웨스트햄 미드필더 데클란 라이스와 함께 공원 잔디구장에서 훈련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16일 보도했다.

정 원장은 "나라별 방역 시스템의 차이, 신체 접촉이 상대적으로 많은 외국인들의 생활 문화 등도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이라고 덧붙였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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