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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코로나 백신 개발 중인 獨기업에 눈독…獨 “안보 위협 땐 조사”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독점하기 위해 개발사에 거액을 제시했으나 독일 정부가 이를 저지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독일 디벨트는 15일(현지시간) 익명의 독일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독일 회사 큐어백을 인수하기 위해 거액의 연구 자금을 제안했다”며 “독일 정부가 재정 지원을 통해 이를 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직 미국만을 위해’ 백신을 구하려 가능한 모든 수단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오의약품 회사 큐어백은 코로나19를 억제하고자 독일 보건부 소속 파울-에를리히 연구소와 협력해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독일 튀빙겐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전염병 백신과 암·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현재 독일 바이오앤텍·미국 모더나 등이 백신 개발을 놓고 이 회사와 경쟁 중이다.

이런 사실을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큐어백 최고경영자(CEO)를 백악관에 초청해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생산 전략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마이크 펜스 부통령, 코로나19 백악관 대책위원들, 주요 약학·생명공학 기업의 대표들까지 참석했다. 큐어백은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소식을 전하며 “수개월 이내에 강력한 백신 후보 물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올해 초여름이면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찍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관심을 보여온 독일 정부는 큐어백을 지키고 나섰다. 영국 가디언은 15일 “독일 정부가 큐어백을 자국에 붙잡기 위해 백신 개발에 대한 재정 우대책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정부가 미국의 인수 입찰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1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독일 경제부 대변인은 “정부가 독일과 유럽에서 백신을 생산하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국가와 유럽의 안보 이익이 위태로운 경우 대외무역법에 따라 유럽연합 외 국가의 인수 입찰을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큐어백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매각설을 일축했다. 회사는 15일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전 세계의 환자를 돕는 데 주력하다 보니 여러 기관과 당국을 접촉한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회사나 기술 인수에 대한 제안은 거부한다”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15일 기준 전 세계 사망자가 6000명을 넘어섰다. 미국 내 확진자는 3000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는 60명까지 늘었다. 독일에서는 약 460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9명이 숨졌다.

박건 기자 park.k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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