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마스크 비축' 발언, 정부 "충분 강조하려…" 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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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현장에 마스크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의료진이 마스크를 쌓아두고 싶어한다'는 취지로 답변해 논란을 빚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을 정부가 대신 해명하고 나섰다.

손영래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홍보관리반장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박 장관의 발언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의료진뿐만 아니라 병원 종사자들도 마스크를 써야 하므로 의료현장에서 부족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공적 구매 마스크 중 의료진 배급을 1순위로, (1일) 100만장을 강제로 할당하고 있다"며 "의료 현장에 마스크가 최대한 배포될 수 있도록 144만장까지 확대해 계약하고 있고 그 외에도 공급을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반장은 또 "대구 의료현장에 배급되는 레벨D 등 보호구가 필요 수량보다 공급이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장관께서 그 부분을 강조하려다 보니 그렇게 답변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전날인 12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장에서 당사자(의료진)들이 보호장비 부족으로 힘들어한다. 마스크가 정작 필요한 진료현장에는 부족해서 난리인데 마스크 사용의 억제대책도 같이 가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박 장관은 "본인들(의료진)이 좀 더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정에서 부족함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의 발언은 의료계 및 현장 의료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마스크가 부족하지 않은데, 재고를 비축하려는 의료진 탓에 마스크가 부족한 것처럼 발언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의사총연합회(전의총)는 13일 성명서를 내고 "금일까지 정부가 공급한 공적 마스크를 손에 쥔 개원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국민에게 조금도 미안함을 보이지 않는 후안무치함에, 의료진에 조금의 감사한 마음도 없이 적반하장으로 탓하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지적했다.

의료연대본부도 성명을 통해 "일선에서 싸우는 의료진을 모욕하는 박능후 장관은 누구에게 보고받는가"라며 "대구지역에서도 마스크 부족으로 큰 곤란을 겪고 있다. 국가가 지정한 코로나19 전담병원인 경북대병원, 동산의료원, 대구가톨릭대의료원 모두 마스크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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