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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멈춰도, 매직넘버 ‘1’ 우리은행은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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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여자 프로농구 정규리그가 코로나19로 중단된 가운데, 1위 우리은행 선수들이 11일 훈련을 끝내고 함께 모여 활짝 웃고 있다. 김상선 기자

여자 프로농구 정규리그가 코로나19로 중단된 가운데, 1위 우리은행 선수들이 11일 훈련을 끝내고 함께 모여 활짝 웃고 있다. 김상선 기자

11일 오전 서울 장위동의 여자 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훈련장. 농구공 튀기는 소리와 기합이 울려 퍼졌다. 훈련 시작 10분이 채 되지 않아 선수들 얼굴은 땀에 흥건히 젖었다. 땀에 젖은 운동복은 몸에 달라붙었다. 조금이라도 꾀를 부리는 느낌이 들면, 어김없이 위성우(49) 감독 불호령이 떨어졌다. “똑바로 점프 안 하냐.”

코로나 휴식기 지옥훈련 가보니 #독사 위성우 감독 역시나 불호령 #지난해 실패로 올해 우승 절실해 #노장·신예 “우승하고 쉴 것” 합창

같은 시각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는 컨디션 조절이 필요한 선수들이 체력 훈련을 했다. 맏언니 김정은(33)은 90분간 덤벨(5~10㎏) 들기-사이클 타기-밧줄 당기기로 이어지는 ‘지옥의 코스’를 뛰고 있었다. 끝까지 버티려는 주문처럼 “할 수 있다”를 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정규리그는 2주간(10~24일) 중단됐다. 하루 정도 쉴 만도 한데, 중단 후 우리은행의 첫 훈련 풍경이다. 정규리그에서 각 팀은 2~3경기(총 30경기)만 남겨뒀다. 시즌 막판인데도 우리은행이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건 당연히 우승을 위해서다.

우리은행(21승6패)은 디펜딩 챔피언 청주 KB(20승8패)에 1.5게임 차로 앞서 있다. 우승 매직넘버가 ‘1’이다. 남은 3경기에서 1경기만 이기면 된다. 그런 상황에서 리그가 멈춰섰다. 주장 박혜진(30)은 “우승을 확정하고 리그가 중단됐으면 마음이 편했을 텐데. 지금 중요한 건 좋은 경기력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수들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 ‘독사’로 불리는 위 감독 훈련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포워드 최은실(26)은 “전에 우승해봤고, 그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긴장 풀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당초 예정에 없던 훈련을 2주나 더 하는 건 아쉽다”며 웃었다. 외국인 센터 르샨다 그레이(27·미국)도 “리그 우승은 2주 뒤로 미뤄지고, 감독님과 훈련은 2주 연장돼 너무 속상하다”고 맞장구쳤다.

우리은행에 이번 시즌 정규리그 우승은 예전보다 더 절실하다. 지난 시즌 아쉬움이 커서다. 우리은행은 2017~18시즌까지 7시즌 연속으로 통합 우승했다. 지난 시즌 야심 차게 사상 첫 8시즌 통합 우승을 노렸다. 그런데 정규리그에서는 KB에 밀려 2위를 했고, 플레이오프에서는 용인 삼성생명에 져 챔피언결정전에도 못 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이스 임영희(40·우리은행 코치)가 은퇴했다. 왕좌에서 밀려난 우리은행은 더는 과거의 강자가 아니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KB가 독보적인 우승 후보로 꼽혔다. 위 감독은 예상 밖 선전한 비결로 “한두 명 빠져도 누군가 메워 차질없이 돌아가는 시스템 농구가 정착했다. 경험 많은 김정은, 박혜진이 많이 뛰면서 팀을 이끌어준 것도 있다. 또 운도 따랐다”고 말했다. 이어 “지옥 훈련이라고 하는데, 시즌 막판이라 강훈련을 할 수는 없다. 몸 상태보다 마음속 방심이 더 무섭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주전 중 유일하게 우승 반지가 없는 박지현(20)은 “막판 스퍼트를 해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까지 모두 우승하겠다. 언니들 말로는 우승하면 엄청 좋다고 한다. 끝까지 견뎌 그 기분을 느끼겠다”고 말했다.김소니아(26)는 “우리 감독님 스타일 잘 알지 않나. 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안 한다. 지금 조금 더 고생하고, 시즌 끝나고 활짝 웃겠다”며 “파이팅”을 외쳤다.

우리은행은 이번 휴식기를 ‘우리 왕조’ 재건의 디딤돌로 생각한다. 위 감독은 “우승이 목표가 아닌 사람은 맘껏 쉬어도 좋다.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라며 “정규리그에서 우승해도 그게 끝이 아니다. 그 후의 진짜 승부(포스트시즌)를 대비해야 한다. 연습과 상대 분석에 모처럼 생긴 시간을 소중히 쓰겠다”고 다짐했다. 우리은행은 코로나 휴식기에도 오전-오후-야간 세 차례 훈련한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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