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 360조 슈퍼 감세, 英 긴급 금리 인하…전세계 코로나 총력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 많이, 더 다양하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피해를 줄이려는 전 세계 정부의 총력전이 가열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급여세(payroll taxㆍ근로소득세) 제로(0)’ 카드를 들고 나왔다.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 의원들과 만나 인하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협의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 경제방송 CNBC는 “고용주ㆍ근로자 모두를 대상으로 근로소득세율을 0%로 하는 안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급여세 인하로 인한 예상 세금 감면액은 3000억 달러에 이른다. 한국 돈으로 360조원에 달하는 ‘슈퍼 감세안’이다. 코로나19 대처 용도로 미 행정부가 편성한 83억 달러 긴급 예산안과는 별도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1일 기준 961명, 사망자 수는 29명이다. 확진자 수 1000명 돌파를 바로 눈 앞에뒀다. 중국ㆍ이탈리아ㆍ이란ㆍ한국ㆍ프랑스ㆍ스페인ㆍ독일에 이어 세계 8번째다. 미국 내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레이스에 ‘빨간 불’이 켜졌다. 유례가 드문 360조원 규모 슈퍼 감세안을 꺼내든 이유다.

1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집행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차원의 긴급 기금 조성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관련해 회견을 열고 있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찰스 미첼 유럽이사회 대표.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집행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차원의 긴급 기금 조성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관련해 회견을 열고 있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찰스 미첼 유럽이사회 대표. 연합뉴스

프랑스ㆍ스페인에 독일까지. 주요 회원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번지면서 유럽연합(EU)도 다급해졌다. 10일 EU 행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대응 차원의 250억 유로(약 34조원) 규모 기금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EU 27개 회원국 정상은 긴급 화상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EU와 회원국이 함께 조성할 이 기금은 보건ㆍ의료 체계 지원, 중소기업 자금 공급, 노동시장 충격 완화 등 용도로 쓰일 예정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책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책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회의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참석했다. ECB는 이미 코로나19 대응 목적의 유동성 완화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EU 차원이 아닌 개별 회원국 정부 차원에서도 긴급 지원책이 쏟아지는 중이다. 11일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정책금리를 연 0.75%에서 0.25%로 0.5%포인트 ‘깜짝’ 인하했다.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차원의 예산안을 발표하기 바로 몇 시간 전에 내놓은 긴급 조치다.

지난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그랬던 것처럼 정례회의가 아닌 긴급회의를 거쳐 BOE는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Fed처럼 BOE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단행한 긴급 금리 인하다.

독일은 124억 유로(약 17조원), 이탈리아는 75억 유로(10조원) 재정 대책을 내놨다. 부족한 병상, 방역 시설을 확충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ㆍ소상공인 지원 대책이 주를 이룬다.

각국에서 재정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시장 불안감은 여전하다. 11일 일본 도쿄 시내 증시 전광판. 연합뉴스

각국에서 재정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시장 불안감은 여전하다. 11일 일본 도쿄 시내 증시 전광판. 연합뉴스

중국(8만 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은 이탈리아(1만 명) 경제엔 비상이 걸렸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동 제한 조치가 시행된 이탈리아의 경제는 사실상 마비 상태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75억 유로 추가 예산으로는 부족하다며 EU 집행부를 겨냥해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진앙인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주요국의 행보도 빨라졌다. 한국은 의료ㆍ방역시설 지원, 중소기업ㆍ소상공인 긴급 자금 투입 등 방안을 담은 11조7000억원 규모 추가예산을 편성했다. 중국은 5G 통신망 구축, 데이터센터 건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국 차원 경기 부양책인 ‘신(新) 인프라’ 투자를 앞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일본 역시 1조6000억 엔(약 18조원) 규모 금융안정지원대책을 시행한다.

전 세계적인 부양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의 ‘급여세 제로’ 대책 공개로 10일 뉴욕 증시가 반등하긴 했지만 그 효과는 길지 않았다.

11일 아시아 주식시장은 다시 얼어붙었다. 이날 코스피는 2.78% 하락하며 1908.27로 주저앉았다. 장중 한때 19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2.27% 내렸고, 중국 상하이종합(-0.94%), 홍콩 항셍(-0.66)지수도 동반 하락했다.

각국 정부가 쏟아내는 통화ㆍ재정ㆍ세금 정책이 과연 효과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 때문이다. 막대한 감세ㆍ예산 대책이 ▶정치적 변수를 극복하고 무사히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각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만 악화시키는 건 아닌지 ▶돈만 쓰고 경기 침체를 막지 못한 2008년 금융위기 때의 경험을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를 둘러싼 불안감이 시장에 자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급여세 면제안만 해도 벌써 민주당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블룸버그통신은 “급여세 감면은 (코로나19 확산) 위기에 적합하지 않은 조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또 다른 감세안일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현숙ㆍ배정원 기자 newea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