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꺾인 애플 콧대 “소독용 물티슈로 아이폰 닦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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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소독용 물티슈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 애플 기기를 닦지 말라고 권고했던 애플이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가이드라인을 바꿨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홈페이지의 ‘애플 제품을 청소하는 방법’ 안내에 “70% 이소프로필(isopropyl) 알코올 물티슈나 클로락스(Clorox) 소독 물티슈로 애플 제품의 디스플레이와 키보드 또는 기타 외부 표면을 부드럽게 닦을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아이폰 11 프로. [애플 제공. 연합뉴스]

아이폰 11 프로. [애플 제공. 연합뉴스]

애플은 그러나 “휴대폰 등의 기기를 세정제가 섞인 물에 담그거나 세제를 직접 분사하지 말고, 표백제, 에어로졸 스프레이, 연마제 등은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무엇보다 기기의 구멍에 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그동안 자사 제품의 세척 방법으로 안경 렌즈닦이와 같은 부드러운 천을 물이나 따뜻한 비눗물에 살짝 적셔 제품에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살살 닦아줄 것을 권해왔다. 화학약품이 첨가된 청소용품은 사용을 피하라고 했는데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표면의 올레오포빅(oleophobic) 코팅이나 카메라의 렌즈 부분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올레오포빅 코팅은 지문이나 기름기로 표면이 더러워지는 것을 막는 기술이다.

신종 코로나로 미국에서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클로락스 소독 물티슈. [사진 클로락스 홈페이지]

신종 코로나로 미국에서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클로락스 소독 물티슈. [사진 클로락스 홈페이지]

그러나 신종 코로나 사태로 휴대폰을 비롯한 생활 속 전자기기의 위생이 강조되면서 전문가들의 권고에 따라 새로운 방침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유리나 플라스틱 등 단단한 재료의 표면에서 길게는 9일까지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의 조안나 스턴 기자는 이런 애플의 지침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클로락스 물티슈로 아이폰8 화면을 1095회 닦는 실험을 했다고 밝혔다. 반복해 닦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화면의 올레오포빅 코팅은 거의 손상되지 않았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올 가을로 예상됐던 애플의 5G 아이폰 출시가 한 두 달 미뤄질 수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중국 내 아이폰 조립공장들이 신종 코로나 사태로 멈춰서면서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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