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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 하면 몸값 뛴다”…남기명이 촉발한 공수처 전관예우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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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남기명

남기명

남기명(68·사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준비단장의 하나은행 사외이사 추천으로 촉발된 ‘공수처 전관예우’ 논란이 법조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남 단장은 10일 사외이사직 포기 의사를 밝혔지만, 이 과정에서 공수처 근무 시의 장점들이 세세하게 알려졌다.

“부장검사급 예우 단기속성 코스” #준비단은 공직자법 제외 허점도 #남, 하나은행 사외이사 결국 포기

대형 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딱 3년만 공수처에서 구르면 특별수사 전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매력 포인트로 들었다. 이르면 7월 출범 예정인 공수처의 공수처 검사는 임기가 3년이며 3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연임 포기 시 3년만 일하고 퇴임해도 공수처 전관 변호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검찰의 경우 20년 안팎을 복무한 부장검사 이상급은 돼야 전관 대우를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단기 속성 코스’인 셈이다.

수도권에서만 근무하면서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대형 사건만 수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주목 대상이다. 공수처가 들어설 지역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판·검사와 고위공직자, 국회의원이 수사 대상인 만큼 서울 등 수도권에 위치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인사 발령이나 부서 이동 걱정 없이 수도권에서 화려한 특수부에서만 근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공수처 검사가 25명, 수사관 40명인 정원 때문에 희소가치도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로펌 입장에서는 공수처가 있다면 공수처 전관도 필요하다”며 “숫자가 적으면 역설적으로 몸값이 그만큼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 현직 검사는 “존폐 여부가 불확실한 공수처에 가는 건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으며 최대 9년까지밖에 일할 수 없다는 점도 검사들 입장에서는 불편한 대목이다. 한 현직 검사장은 “검찰에서 잘 나가는 ‘에이스’들이 가진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한편 남 단장 논란과 관련해 “공직자윤리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공수처 준비단은 공무원 20여명을 파견받아 공수처 설립·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고, 관련 법령과 규정 등의 정비를 지원한다. 단순 정부 자문기구가 아니고 집행기구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준비단장은 정부 위촉직이라 공직자윤리법상 겸직과 재취업을 제한받는 공직자 신분이 아니다. 남 단장이 애초 “하나은행 사외이사를 맡는 데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순천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실질적으로 공무원을 지휘하고 있는데 공직자 신분에 맞는 책임과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된다는 건 공직자윤리법에 허점이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박태인·강광우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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