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90% 급락” 제주 렌터카·전세버스 줄줄이 번호판 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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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의 한 렌터카 업체 직원이 지난 8일 차고지에서 휴지 신청 예정인 차량 번호판을 떼어 내고 있다. 이 업체는 운용 중인 285대의 렌터카 중 100대를 휴지 신청했다. 최충일 기자

지난 8일 오전 제주시 용담동 한 렌터카 업체. 평소라면 주말 관광을 마친 관광객들이 차를 반납하려 북적였던 일요일 오전 시간대임에도 건물 안팎이 텅 비어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렌터카 이용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관광업계 피해 확산 #업체들 보험료라도 아끼기 위해 #휴지 신청한 차량만 1300대 달해 #자동차 수리업체·주유소도 울상

같은 시각 건물 한쪽에 위치한 렌터카 차고지에는 렌터카 수십대가 번호판이 떼어진 채 주차돼 있었다. 업체 대표가 285대의 보유 렌터카 중 100대의 번호판을 떼어내고, 휴지 신청을 해서다.

제주도는 “지난 8일까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제주도내 렌터카와 전세버스 등 1280대를 휴지신청 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날까지 제주 지역에서 휴지에 들어간 렌터카는 총 650대에 달한다.

렌터카 휴지가 급증한 것은 해당 기간만큼 해당 차량에 대한 보험료가 감면되기 때문이다. 렌터카 업체는 보통 차 한 대에 매달 5만~10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낸다. 업체들은 이번에 3~6개월 정도의 휴지 기간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짧게는 올해 봄 관광 시즌, 길게는 하절기 특수까지 영업을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세버스 업계도 이런 휴지 신청 행렬에 동참했다. 도내 전세버스 전체 등록대수 1882대 중 33.4%(630대)가 휴지를 신청했다. 전세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봄철 수학여행 예약이 모두 취소돼서다. 제주도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90%나 줄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업계 전체가 고사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렌터카와 전세버스 운행률이 급감하면서 연관 업계도 울상을 짓고 있다. 차량 운행이 감소하면서 자동차 수리업체 매출이 절반가량 줄었고, 주유소와 LPG 충전소 등도 매출이 뚝 떨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관광업계의 불황도 가중되고 있다. 2~3년 전부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도입에 대한 반발로 주 고객인 중국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이중 제주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무사증 입국이 중단된 지난달 4일부터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전체 8곳 중 2곳은 휴업을 하고 내부 개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카지노와 호텔 등을 운영하는 관광업체 관계자는 “무사증 입국이 중단되기 전만 해도 이미 제주로 들어온 중국인 손님을 대상으로 겨우 영업을 해왔으나, 중단 기간이 한 달이 되면서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외국인 면세점도 매출이 전년 대비 70% 이상 하락했다. 이달 들어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2주마다 무급휴가를 가는 곳도 있다. 제주도는 코로나19 사태가 오는 6월까지 계속되면 최대 350만명(연간 기준)의 관광객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피해 금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제주관광산업의 매출 규모 6조5000억원의 23%에 달하는 규모다.

코로나19로 인한 제주 무사증 제도가 중단된 지난달 4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58만864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6만4019명)보다 44.7% 줄었다. 이 기간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만58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만2790명)보다 81.8% 감소했다.

한편, 10일 오전 현재 제주도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명이다. 이 중 두 번째 확진자인 서귀포시 한 호텔 직원 A씨(22·여)가 완치 판정을 받고 7일 오후 퇴원했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