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추경’ 집행 앞두고 재정 빨간불, 1월 관리재정수지 첫 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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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국내 확산하기 전인 올 1월에도 나라 곳간 사정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이 전년 대비 6000억원 덜 걷히며 수입이 줄었는데, 지출은 크게 늘며 1월 관리재정수지가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 추가경정예산(추경)’ 까지 편성한 만큼 재정 상황이 더 나빠질 전망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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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10일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3월호’에 따르면 올 1월 총수입은 51조2000억원이었다. 전년 동월대비 1000억원 줄었다. 총 수입 가운데 국세 수입은 36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000억원 감소했다. 1월 지출은 50조900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6조5000억원 늘었다.

1월 국세수입 전년 대비 6000억원 줄어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3000억원 흑자로 조사됐다. 하지만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조7000억원 적자였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지표다. 관리재정수지가 1월에 적자를 낸 건 2011년 관리재정수지 월간 통계 공표 이후 처음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초 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등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면서 통합ㆍ관리재정수지가 각각 전년 동월대비 6조6000억원 줄었다”고 설명했다.

수입을 뜯어보면 소득세가 전년 동월대비 2000억원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기업에서 거둔 법인세와 수출입 통관실적에 따른 관세가 각각 2000억원 줄었다. 법인세수는 올해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신종 코로나 여파로 생산ㆍ소비 등 경제활동이 위축해 1월 이후 세수 여건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정부는 올해 법인세수 예상치로 지난해(72조2000억원)보다 18.7% 낮은 64조4000억원을 제시했다. 신종 코로나란 돌발 변수는 뺀 수치다. 2014년 이후 6년 만에 법인세수가 감소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도 정부가 확장 재정을 강화해 재정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11조 7000억원 규모 ‘코로나 추경’을 의결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편성한 추경 규모 중 가장 크다. 지난달 발표한 ‘특단의 경제대책’까지 더하면 신종 코로나 대응에 31조원 넘는 재정ㆍ금융ㆍ세제 지원을 쏟아붓는다.

추경의 실탄은 10조3000억원 규모 적자국채다. 이번 추경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8%에서 41.2%로 올라간다. 재정건전성 유지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온 국가채무비율 40% 선이 무너질 전망이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전 조세재정연구원장)는 “경기 여건이 가뜩이나 나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 같이 예상치 못한 경기 악화 요인까지 발생했다”며 “올해 세수가 지난해보다 나빠지고 정부가 확장 재정까지 펼치면서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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