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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만 오가는 한·일 하늘길 끊겼다, 항공·여행업계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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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과 일본 양국의 입국 규제가 강화된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모습. 양국 간 하늘길이 사실상 막히면서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힘겨운 불황의 끝을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김성룡 기자

한국과 일본 양국의 입국 규제가 강화된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모습. 양국 간 하늘길이 사실상 막히면서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힘겨운 불황의 끝을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김성룡 기자

항공·여행업계가 ‘최후의 보루’로 여겼던 한·일 간 하늘길이 사실상 막히면서 관련 업계의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 12개 도시에 17개 노선을 운영하던 대한항공은 오는 28일까지 인천~나리타 노선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31일까지 일본 전 노선을 운항하지 않는다. 아시아나항공의 운항 중단은 일본 취항 30년 만이다. 그동안 일본 6개 도시 8개 노선만 감축 운영해왔다.

한~일 노선 57개 중 3개만 남아 #중국·동남아 승객도 60 ~ 80% 감소 #상반기 항공사 매출 5조 줄어들 듯 #2월까지 여행취소 손실은 5000억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은 인천~나리타, 인천~오사카 노선을 제외한 일본 노선의 운항을 멈췄다. 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등 다른 LCC는 9일부터 모든 일본 노선의 운항 중단에 들어갔다. 국적 항공사 전체 57개 노선 중 세 개만 남았다. 통상 LCC는 단거리 국제선을 주력으로 영업한다.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과 동남아 노선의 운항을 대부분 중단한 상태다. 여기에 일본 노선까지 막히면서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한 LCC 관계자는 “일본 노선은 단기 여행 수요가 많다. 비자를 받아 일본에 들어간다 해도 지정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라는 건 오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저비용 항공사는 당분간 국내선만으로 버텨야 한다. 정부 지원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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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 국제선 여객 수는 65만262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8% 줄었다. 중국 노선에선 여객 수가 85.2% 감소했고 일본(70.6%)·동남아(62.1%) 여객수도 큰 폭의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만일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오는 6월까지 LCC를 포함한 국적 항공사의 매출은 5조원 넘게 줄어들 것이라고 항공협회는 전망했다.

여행업계의 고민은 더 깊다. ‘아웃바운드 여행(한국인의 해외여행)’ 시장에서 일본의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인이 많이 찾은 해외여행지 1위는 일본이었다. 지난해는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한국인의 일본 여행이 주춤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는 조금씩 누그러지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여행 업계는 상황이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한·일 갈등의 여파에도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558만 명이다.

한국여행업협회는 지난달 말까지 예약 취소로 인한 국내 12개 아웃바운드 여행사의 손실은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도쿄 올림픽 등을 앞두고 일본 여행이나 출장자의 예약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한·일 간 입국규제를 강화하면서 (예약 문의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여행업계는 한국을 찾는 일본·중국 등 외국 관광객의 감소도 우려한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의 확산에도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327만 명에 달했다. 2013년 이후 6년 만에 연간 300만명대를 회복했다. 일본인 관광객이 국내 여행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한국을 찾는 일본인도 급감할 것”이라며 “사상 초유의 일이어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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