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재 수입해 중간재 수출하는 한국, 입국제한 장기화 땐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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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시행된 한국과 일본의 상호 입국제한 조치로 두 나라의 경제 교류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지난해 7월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규제 조치를 한 이후 겨우 두 나라가 대화의 물꼬를 튼 상황에서 대형 악재를 맞았다. 한국과 일본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760억 달러(약 91조원)에 이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인적 교류뿐만 아니라 교역 및 투자 등 경제활동에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올림픽특수 기대한 전자업계 긴장

단기적으로는 항공·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제조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특히 대일 의존도가 높고 초기 설치부터 유지·정비까지 일본과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가 문제다. 한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장기 계약한 물량이 많아 당장은 큰 영향이 없다. 하지만 현지 출장길이 막히면 긴급 수요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일본 현지에 주재원이 있거나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기업은 더 난감하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일본에 수출하려면 최종 샘플을 시연하고 인허가를 취득하는 등 현지에서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있다. 현재 상황에선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거래처를 유지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발이 묶이면서 새로운 거래처를 뚫거나 현지 설명회를 열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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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입국제한 조치로 인한 한국·일본·중국 간 ‘서플라이 체인(부품 공급망)’의 훼손도 우려된다. 도쿄 올림픽 특수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은 소재·부품의 기술력에서 여전히 일본 의존도가 높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한국은 일본에서 소재·부품을 수입해 중간재로 가공한 뒤 중국에서 최종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며 “입국제한 조치가 장기화하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일본 언론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조치는 감염 확산을 줄이려는 목적이지만 입국제한의 폭이 넓다”며 “경제 등에 큰 혼란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지난해 일본에 입국한 외국인 중 중국인이 742만명으로 가장 많고 한국인은 534만명으로 두 번째”라며 “(입국제한으로) 경제 활동이나 관광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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