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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안심병원’이라더니…울산대 이어 분당제생병원도 뚫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에서 환자,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아 의료진들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뉴스1]

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에서 환자,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아 의료진들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뉴스1]

정부 지정 국민안심병원인 경기도 성남 분당제생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9명이 한꺼번에 나왔다.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을 막겠다며 호흡기 환자와 비호흡기 환자를 분리 진료하는 국민안심병원 수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안심병원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당제생병원 환자·간호사 등 9명 확진…진료 중단 

6일 오전 간호사·간호조무사, 입원 환자 등 8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외래진료가 중단된 경기 성남 분당제생병원. [뉴시스]

6일 오전 간호사·간호조무사, 입원 환자 등 8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외래진료가 중단된 경기 성남 분당제생병원. [뉴시스]

6일 성남시에 따르면 분당제생병원의 환자 3명, 간호사 2명, 간호조무사 3명, 환자 보호자 1명 등 모두 9명이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병원 측은 이날 오전 0시 30분 외래 진료와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

병원 측은 지난 3일 폐렴 증세로 응급실을 찾은 암환자 A씨(74)에 대한 코로나19 검사에서 5일 확진 판정이 나오자 바로 밀접 접촉자들에 대한 검사를 했다. 이 검사 결과 지난 1일 입원한 암환자 B씨(77·여), 또 다른 입원환자와 의료진 5명, 보호자 1명이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확진자들은 호흡기 질환 환자들이 주로 입원한 본관 8층 81병동에 함께 머물렀다는 구두 진술이 나오면서 확진자들 가운데 1명이 첫 전파자일 가능성에 보건 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81병동은 다른 병동과 사실상 격리된 곳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분리된 호흡기 병동 동선의 환자들만 감염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첫 전파자 추적을 포함한 병원 내 감염경로를 확인하는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다.

‘국민안심병원’ 울산대병원 이어 분당제생병원 뚫려

지난달 27일 오후 울산시 동구 울산대학교병원에서 보건소 관계자들이 폐쇄된 응급실 주변을 방역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7일 오후 울산시 동구 울산대학교병원에서 보건소 관계자들이 폐쇄된 응급실 주변을 방역하고 있다. [뉴스1]

분당제생병원은 지난달 27일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 같은 날 울산대병원은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지 하루 만에 이 병원 응급의료센터 의사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 응급실이 폐쇄됐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국민안심병원 46곳을 시작으로 6일 기준 총 290곳을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걱정 없이 진료받는 국민안심병원을 지정·확대하고 있다”면서다.

하지만 울산대병원에 이어 분당제생병원에서도 의료진 등이 코로나19 판정을 받는 사례가 나오며 전문가는 국민안심병원 방역에도 구멍이 뚫릴 수 있는 원인을 원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상 분당제생병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A씨와 B씨는 입원 당시 호흡기 증상을 전혀 호소하지 않았다”며 “이런 경우 모든 입원 환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해 격리하지 않는 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국민안심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호흡기 환자의 동선을 분리하고 있는데 B씨처럼 항암환자로 분류될 경우 호흡기 증상이 없으면 코로나19 의심환자로 분류가 되지 않는다. 질환에 대한 대처나 환자에 대한 선별 방안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 본인이 코로나19 관련 증상을 밝히지 않은 이상은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호흡기 환자와 비호흡기 환자를 한 병원 안에서 구분하고 통제하는 현 국민안심병원 제도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환자들의 동선을 따로 구분해 병원을 운영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병원이 설계될 때부터 모든 걸 분리해 나눠쓸 순 어렵게 돼 있는데 환자를 나눈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 안에서 환자들을 완전히 분리할 순 없으니 병원 자체를 나눠서 진료해야 한다”며 “그래서 감염병 전문병원이 필요한 것이다. 대책의 제대로 된 설계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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