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청산 전략은 3야 3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민정당이 24일 중집위에서 5공 청산문제에 대한 야3김 총재의 요구사항을 전면 거부하고 종래 입장으로 후퇴해버리자 5공 청산과 정권퇴진투쟁을 연계시켰던 야3당은 당장 대응할 전략에 보조를 맞추지 못해 고심중이다.
일단 여야 중진회담부터 재개키로 제의해 놓았지만 민정당의 강경방침 배경을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특히 그 동안 막연하게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던 정호용 의원의 공직사퇴문제에 있어서 전혀 접근점이보이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있다.
그러나 더 큰 고민은 야권내부에 잠재해 있다. 5공 청산을 둘러싼 대여투쟁에서 야3당의 정치적 속셈과 계산이 저마다 다르고 그에 따라 투쟁전술도 달라 손발이 맞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평민당은 3김 총재회담 때도 그랬지만 5공 청산을 전·최씨 증언, 5공 핵심인사처리, 광주문제 보상에다 국가보안법·안기부법의 개폐까지 포함시켜 폭넓게 잡음으로써 대여투쟁을 내년 지자제선거 때까지 끌고 갈 계산을 하고 있다.
평민당의 입장이 야당통합운동 등으로 내부적인 갈등을 빚고 있는 민주당과 같지 않기 때문에 긴 안목에서 5공 청산을 민정·평민 양당 대결구조로 이끌어 가는 호재로 계속 이용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평민당은 5공 청산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도록 계속 고리를 만들어왔다. 연내에 5공 청산이 안됐을 때 내년에 신임연계 중간평가와 정권퇴진운동을 강력히 전개해 나갈 작전을 까놓고 있다.
때문에 평민당은 5공 청산에 있어서 국민들의 눈에 비치는 평민당상에 더 신경을 쓰는 눈치다. 3김 합의사항인 예산 연계투쟁을 두고 미온적인 입장을 계속 취하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비해 민주당의 입장은 좀더 다급하다. 내부적으로 야당통합 파들의 압력을 받고있는 데다 평민당과 선명성을 다툴 경우 장외투쟁으로 가는 평민당 노선에 합세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5공 청산을 빨리 매듭짓는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할 형편이다.
이미 민주당 일각에서는 정 의원 공직사퇴가 교착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고 이를 뛰어넘는 접근방법의 하나로 전씨 국회증언을 먼저 성사시키고 정 의원 문제는 잠시 유보시키자는 선 증언-후 처리방안을 민정당 측에 타진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급한 사정 때문에 민주당은 예산연계투쟁에 적극적이다.
비록 중간평가만큼 큰칼은 되지 못할망정 예산연계라는 수단을 들고 나옴으로써 5공 청산투쟁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생각이다.
공화당의 입장은 훨씬 유연하다. 5공 청산은 꼭 이루어내야 하는 과제이긴 하지만 그 투쟁방법에 있어서는 결코 무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태도다.
3야 공조에 동참하게 된 동기가 정권투쟁에 있는 것도 아닌 만큼 5공 청산에 당운을 걸만한 이유가 없다.
이처럼 야3당간에 형성돼있는 각기 다른 입장과 속셈은 앞으로 전개될 중진회담 등 대여협상과정에서 표출될 전망이어서 5공 청산을 둘러싼 여야의 이해득실 계산은 지금까지 보여왔던 것 이상으로 복잡하게 꼬여 사태를 혼란시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야권일부에서는 여권이 스스로 5공 청산을 풀지 못하고 야3당이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을 경우 6·29이전 극도의 혼란상황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이 같은 경우를 대비해 재야와의 연계투쟁문제도 심각히 준비해야한다는 이야기가 평민당 주변에서 심상찮게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이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