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수십만장 보냈다며?" 마스크 1세트 사려 새벽 5시부터 긴 줄

중앙일보

입력

2일 대구 국채보상우체국 마스크 판매 현장. 김윤호 기자

2일 대구 국채보상우체국 마스크 판매 현장. 김윤호 기자

2일 오전 대구시 중구 국채보상우체국. 정부가 우체국 통해 마스크 판매를 한다는 말을 듣고, 이를 구매하러 나온 대구 시민들이 긴 줄을 만들었다. 60대 한 시민은 "대구에 마스크 수십만장을 보냈다고 했는데, 다 어디에 있느냐. 왜 이리 마스크 한장 사기가 어렵냐. 누가 중간에서 다 가져간 것이냐"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오전 7시부터 마스크를 구매하려고 줄을 섰다는 한 20대 여성은 "마스크 1세트(5장)를 사려고 4시간 가까이 기다리는 거다"며 "대구 어디에서도 마스크를 구할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국채보상우체국은 이날 1명당 5000원, 1세트(5장)씩, 모두 250명에게만 마스크를 판매한다.

같은 시각 대구시 수성구 수성우체국. 마스크 구매 대기 줄은 인근 초등학교를 한 바퀴 돌아서까지 늘어져 있었다. 수성우체국은 1명당 1세트씩 700명에게 마스크를 판매한다. 맨 앞에 서 있던 한 시민은 "오전 5시에 나와서 줄을 섰다. 마스크에 대해선 더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오전 11시가 되자, 우체국 직원들은 번호표를 시민들에게 배부했다. 수성우체국 인근에선 번호표를 받지 못해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시민은 화를 넘어 욕설을 쏟아냈다. 한 70대 할머니는 "어쩌냐"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대구 한 우체국 간부는 "매일 일정량의 마스크를 이런 식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얼마나 판매할지 당일 오후 6시 전에 홈페이지 같은 곳을 통해 공유한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대구와 경북 청도지역에 2150세트(1세트당 5장)의 마스크를 집중적으로 공급해 판매한다고 했었다.

대구 수성우체국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구매해 나오는 모습. 김윤호 기자

대구 수성우체국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구매해 나오는 모습. 김윤호 기자

마스크 판매처로 알려진 약국에서도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다. 중앙일보가 지난 1일과 지난달 29일 대구지역 약국 5~6곳을 돌아다녔지만, 마스크를 단 한 개도 구매할 수 없었다. 어린이용 마스크마저 동이 났다. 일부 약국은 '방한대'로 불리는 면 마스크도 모두 팔리고 없었다.

대구광역시 약사회에 따르면 약국 마스크 유통은 그동안 들쑥날쑥했다. 지난주 금요일 처음으로 공적 마스크 23만장이 들어왔다. 대구·경북 전체 약국은 2000개 정도. 약국당 100장 정도밖에 배분이 안 되는 양이다. 약국에 시민들이 찾아가도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는 이유다.

우체국 문 앞에 몇장의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윤호 기자

우체국 문 앞에 몇장의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윤호 기자

조용일 대구시약사회 회장은 "나라에서 대구 쪽에 몇백만개 몇십만장 마스크를 풀겠다고 하는데 아직 공급이 제대로 안 된다. 또 일부 시민은 마스크가 언제 풀리는지 모르기 때문에 주변 약국을 이리저리 다니며 사재기를 해 조금 있는 마사크 물량을 소진해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구시는 2일 지역 마스크 공급과 배포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공급 과정 전반을 확인하기로 했다.

대구=김윤호·이우림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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