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의 호소 "이제 방역 주체는 국민, 접촉 줄이되 서로 연대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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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으로 이송된 23일 오후 한 의료진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규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으로 이송된 23일 오후 한 의료진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국민이 주도하는 방역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합시다."

전문가 단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성명서를 냈다. 전문가들은 향후 2주가 코로나 유행을 가늠할 고비라고 봤다. 국민이 코로나 방역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직접 나설 시기라고 강조했다. 감염 예방을 위해 최대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이되 막연한 두려움·차별 대신 지역 주민끼리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유행은 꺾이지 않고 있다. 전국 환자 수가 3000명(29일 9시 기준)에 육박한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신규 환자가 이어지고 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새로운 지역사회 전파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 관련 11개 학회로 꾸려진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는 29일 지역사회 피해 최소화를 위한 긴급 호소문을 발표했다. 범학계 대책위는 현 상황을 두고 "31번 환자를 통해 종교단체 집회에 참석한 많은 사람이 감염된 걸 확인됐다. 집단 유행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지역사회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매우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 상황이라는 것이다.

28일 경북 청도 대남병원 앞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극복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여러개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28일 경북 청도 대남병원 앞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극복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여러개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대책위는 바이러스의 지역사회 확산 속도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방역 대책이 절실하다고 봤다. 이를 위해선 "국민 모두가 참여해서 사람들 간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감염 유행의 건강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국민들이 방역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참여하는 것"이라면서 "일부 집단의 참여만으로는 예방 효과가 크지 않다. 더 강력한 전국적인 사회적 접촉 감소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도 28일 발표한 대국민 권고문에서 "불필요한 접촉을 최대한 줄이자"고 강조한 바 있다.

대책위는 6가지의 대국민 당부 사항을 공개했다. 첫번째로는 모든 모임과 외출을 자제하고 사람들 간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외출이 줄어든만큼 집안에선 적절한 신체 활동과 운동, 식생활을 유지하면서 환기도 자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번째로는 손을 자주 비누로 씻거나 손소독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손' 위생이 감염 예방의 첫걸음이라는 의미다. 씻지 않은 손으로 얼굴을 만지지 않고, 손이 닿는 물건은 소독제로 닦아야 한다. 세번째로는 감기 증상이 있을 경우 3~4일 집에서 쉬면서 경과 관찰 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호흡기 증상으로 병원에 갈 때는 안심병원을 꼭 방문하도록 당부했다. 만성질환자는 평소 다니던 병의원을 방문하기 전 전화 상담을 받거나 가족이 대신 약을 받도록 권고했다.

비가 내리는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처에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는 대구시민을 응원하는 글이 담긴 현수막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비가 내리는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처에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는 대구시민을 응원하는 글이 담긴 현수막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책위는 방역에 필요한 심리적 요인도 강조했다. 모두가 코로나로 민감하고 힘든 시기인만큼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힘을 모으자고 했다. 반면 코로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소문, 잘못된 정보(가짜뉴스) 그리고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은 방역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공동체 우려를 줄이기 위해선 지역 주민들이 먼저 신뢰하고 연대감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코로나 치료의 최일선에 있는 의료진, 방역당국의 조치에 적극 따르고 응원하길 요청했다.

이번 성명서에는 대한감염학회ㆍ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ㆍ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ㆍ대한소아감염학회ㆍ대한예방의학회ㆍ대한응급의학회ㆍ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ㆍ대한임상미생물학회ㆍ대한중환자의학회ㆍ대한항균요법학회ㆍ한국역학회가 참여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범학계 대책위의 대국민 호소 사항

첫째, 가능한 모든 모임과 외출을 자제하시고 사람들 간의 접촉을 최소화해 주시기 바랍니다. 집안에서 지낼 때 적절한 신체활동과 운동, 균형 있고 위생적인 식생활을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실내 환기를 자주 해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손을 자주 비누로 씻거나 손소독제를 사용하십시오. 손을 통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씻지 않은 손으로 얼굴을 만지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손이 닿는 물건은 소독제로 닦아 주시기 바랍니다.

셋째, 감기증상이 있으면 3-4일 집에서 쉬면서 경과를 관찰한 후에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특히 호흡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으실 때는 안심병원을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성질환으로 평소에 드시는 약이 있으신 분은 다니시던 병의원을 방문하시기 전에 전화로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가족이 대신 약을 받아오셔도 됩니다.

넷째, 모두가 코로나19로 민감해지고 힘든 시기입니다.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시면서 이 시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도록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개개인의 건강 지키기가 곧 우리 사회 건강 지키기의 초석이 됩니다.

다섯째, 코로나19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소문 및 잘못된 정보, 그리고 특정 집단에 대한 낙인과 차별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역 대응을 어렵게 합니다. 더 이상의 전파를 막고 우리 공동체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서 지역 주민 서로 신뢰와 연대감을 강화해 주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코로나19 치료와 예방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과 방역당국의 조치에 적극 따라 주시고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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