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삼 동북공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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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백두산(중국명 창바이산.長白山) 기슭에서 생산되는 인삼을 자국의 주요 상품 브랜드로 개발하고 있다. 한국의 고려인삼을 뛰어넘는 국제 브랜드로 키워 인삼 종주국의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홍콩 문회보(文匯報)는 지난달 29일 중국 지린(吉林)성 정부가 대대적인 백두산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인삼을 지린성 최고 관광.수출 상품으로 개발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성 정부는 이미 백두산 일대에서 나는 인삼의 상품명을 '창바이산(長白山) 인삼'으로 통일하고 품질 기준과 재배 종자의 규격화 작업을 마무리했다. 앞으로 3~5년 안에 창바이산 인삼을 관광객들에게 집중 판매하고, 이어 해외 수출을 대대적으로 늘려 중국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만들 계획이다. 왕민(王珉) 중국 지린성 성장은 "장백산 인삼은 품질이 뛰어나 이를 규격화하고 가공제품으로 개발하면 중국의 대표적인 식품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린성 푸쑹(撫松).징위(靖宇).창바이 등 3개 현에서 생산되는 '장백산 인삼'이 청정한 고산지대에서 재배돼 한국산 고려인삼보다 농약 함유량이 60~70분의 1에 불과한 세계 최고 인삼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인삼에 관한 역사적 기록도 동원되고 있다. 지린성은 최근 백두산 개발 계획을 밝히면서 "'장백산 인삼'은 1700년 전 중국 의학 서적에 약효가 뛰어난 약재로 기록돼 있으므로 중국 고유의 약재이자 식품"이라고 주장했다. 발해가 705년부터 926년까지 220년간 당나라에 94회 조공무역을 하면서 인삼을 주요 공물로 보내왔다는 기록이 있는데, 발해는 당나라의 '변방 정권'이므로 장백산 인삼은 중국 고유의 식품이라는 주장을 편다. 게다가 청나라 건륭제(乾隆帝)가 만주족이 살던 동북지방 인삼의 효능을 높게 평가하는 시를 지었다는 것을 내세워 인삼이 중국 고유의 식품이라고 주장한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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