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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핀] 할인만이 유일한, 할인만이 허락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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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핀 코린이 개나리반

[출처: 셔터스톡]

[타로핀’s 코린이 개나리반]  블록체인은 무결성과 익명성, 그리고 분산화라는 강점을 내세우며 다양한 분야에 스며들고 있다. 국경의 제약을 받지 않고 독점적 선두주자가 없는 미개척 지역이기에 글로벌 시장의 선두기업을 꿈꾸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현실은 녹록지 않기에 현실은 블록에 들어 있는 트랜잭션 1개에 감지덕지하고 있지만 말이다. 망상에 가까운 꿈은 현실에 가까워지더니 이제는 현실 밀착형 컨셉으로 실사용 사례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가 등장했다. 결제 용도의 코인 되겠다.

블록체인의 실사용 사례가 등장했다?

결제 용도의 코인이 실사용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 들고 온 기능은 가격 할인이다. 유명 맛집에서 코인으로 결제를 하면 20원짜리 코인을 100원으로 환산해서 지불할 수 있다. 편의점에서는 코인으로 결제한 금액의 15%를 캐시백으로 받을 수 있거니와, 프랜차이즈 피자를 코인으로 결제하면 반값에 구매할 수도 있다. 10년 전 비트코인 1만 개로 피자 두 판을 사 먹었던 피자 데이를 떠올리면, 잡알트 코인의 반값 피자가 대견해 보이기도 한다. 이런 혜택을 받고자 비트코인을 모르는 일반 사용자들도 할인을 받기 위해 암호화폐 지갑을 깔고, 코인을 구매하고, 코인으로 결제를 한다. 코인의 실사용 사례이다.

오매불망 바라던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실사용 사례가 등장했고 확산하고 있지만, 마냥 흐뭇하게 바라볼 수만은 없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미들맨(중간자)’을 제외할 수 있다고 했다. 미들맨이 가져가는 비용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서 할인을 제공한다고 했다. 토큰 이코노미를 통해 부가 수익을 창출해서 그 수익금으로 코인 보유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계획은 장밋빛이었지만 현실은 잿빛에 가까웠다. 프로젝트는 블록체인을 적용해서 미들맨을 제외하지 못했다. 되려 PG(Payment Gate)사를 통해서 할인되는 비용을 개발사가 부담해야 했기에, 미들맨에게 더욱더 종속되는 모습을 보였다. 부가 수익 모델은 요원했다. 로드맵에서 밝힌 일정을 여러 차례 지연하거나 개발 계획을 취소했다. 개발을 해야 하는 직원은 이벤트로 제공하는 맛집 식사권 마련을 위해 제주도로 달려가 밤새 줄을 서는데 동원됐다.

실사용은 느는데 개발사는 왜 가난해질까

프로젝트의 실사용이 진행될수록 코인 세일 투자자의 원금과 프로젝트 개발사의 잔고를 갉아먹는 상황이 온 거다. 그렇게 갉아 먹힌 비용은 프로젝트 성장에 기여를 하지 않는, ‘체리피커’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된다.

실사용이 늘어날수록 코인을 보유하려는 수요가 증가할 거라고 기대했다.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우상향 될 거라고 희망에 부풀었던 개발사는 입을 다물고 조용해진다. 체리피커는 늘어나고 홀더는 줄어든다. 코인의 가격은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싸지는 우하향을 그리고 있다.

실사용이 늘어나고 할인 효과가 지속할수록 줄어드는 개발사의 곳간을 채우기 위해서 암호화폐 공시제도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인지도가 높아서 간판에서 광택이 나는 파트너사를 찾는다. 파트너사와 협약 계약을 맺는다. 할인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행사 홍보도 프로젝트 개발사가 전담하는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체결한다. 파트너 체결 공시를 호재라며 동네방네 뿌리며 매수세가 붙기를 기대한다. 매수세가 붙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개발사 보유의 코인을 매도해서 곳간을 채워 놓는다. 이를 반복 할수록 파트너는 증가하고 호재도 뿌려 지지만 코인의 가격은 되려 내려가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난다.

결제용 코인, 디지털 폐기물의 탄생

당장은 손실이 나더라도 사용처를 확보하고 사용자를 늘리면 한정된 수량의 코인의 가치가 오를 거라 기대했을 테다. 기대와 달리 현실은 반복되는 가격의 우하향에 코인 홀더들조차 매도를 하고 떠난다. 코인 판에서 결제용 코인의 팁이라고 나도는 글에는 코인을 미리 사두면 원화 가치가 떨어질 테니 할인 행사할 때만 사서 바로 사용해 버리라고 한다.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개발사의 마지막 행보는 비슷하다. 비트코인의 가격 하락을 탓하고, 시장 상황을 탓하며, 프로젝트를 종료하고 사업을 철수한다. 블록체인을 언급하며 시작한 프로젝트이지만 블록체인의 효용성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할인만이 유일한 기능이자 가치인 프로젝트만 남았다.

블록체인을 쓸 필요가 없는 코인을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할인 혜택뿐이라면, 할인 효과보다 코인의 하락 폭이 더 크게 발생할 때는 결제용 코인의 존재 가치가 전무하다. 블록체인의 장점을 활용하지도 못했고, 가격 할인 효과도 가져다주지 못했다. 디지털 폐기물의 탄생이다.

타로핀(ID) ‘코린이 개나리반’ 포럼 운영자

※외부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합니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조인디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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