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이식 母女..딸은 확진인데 간을 받은 엄마는 왜 ‘음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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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 간을 이식한 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간을 이식받은 어머니에게서는 바이러스가 검출 안 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딸 잠복기에 수술했을 수도..바이러스, 간에는 침투 안 했을 가능성”

23일 대구시와 대구가톨릭병원 등에 따르면 신천지 신도 A씨는 지난 18일 대구가톨릭병원에서 어머니에게 간을 이식해주는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수술 직후 열이 떨어지지 않았고, A씨는 의료진에 자신이 신천지 신도로 보건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 대상자로 통보받은 사실을 알렸다. A씨는 코로나19 검사 결과 22일 양성으로 확진됐고 병원 내 음압병상에 격리됐다. 간 이식 122병동은 임시 폐쇄됐다.

그런데 간을 받은 어머니에게선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를 한 결과 음성으로 나온 것이다. 의료진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어머니를 상대로 한 차례 더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하고 있다. 현재까진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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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2일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을 운영하고 있는 대전 충남대병원 선별진료소로에서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보호복을 입고 환자를 기다리고 있다.김성태/2020.02.22.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2일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을 운영하고 있는 대전 충남대병원 선별진료소로에서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보호복을 입고 환자를 기다리고 있다.김성태/2020.02.22.

방지환 중앙임상태스크포스(TF) 교수는 “여러 가능성이 있다. 딸이 언제 신천지교회에서 (감염원과)의미있는 접촉이 있었는지 확인해봐야 하지만, 간을 줄 때 증세가 나타나지 않은 잠복기였을 수 있다. 어머니 역시 아직 잠복기라 추가 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술 이후 딸에게서 열이 떨어지지 않은 것도 코로나 때문이 아닌 수술로 인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2일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을 운영하고 있는 대전 충남대병원 선별진료소로에서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보호복을 입고 환자를 기다리고 있다.김성태/2020.02.22.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2일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을 운영하고 있는 대전 충남대병원 선별진료소로에서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보호복을 입고 환자를 기다리고 있다.김성태/2020.02.22.

바이러스 특성 때문일 수도 있다. 방 교수는 “바이러스가 간에는 잘 안 가서 그럴 수도 있다. 중국에서 나온 논문을 보면 산모가 감염돼도 아기는 감염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며 “바이러스마다 좋아하는 장기가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호흡기에 붙어 호흡기 폐렴을 일으키는 것이다. 정확한 상황은 증상이 언제 발현했는지를 확인해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정희진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는 혈증(혈액과 혈액의 기능에 관계되는 병)을 일으킨 이후 구체적으로 다른 장기에 가서 부전을 일으킬 수 있지만 (코로나19는)호흡기에 들러붙기 때문에 엄마한테 이식한 간 자체는 별 문제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수술과 치료에 참여한 의사와 간호사 등도 격리된 채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보통 간 이식 수술은 한 달 전부터 준비를 한다. 피검사 등 간 공여자와 이식자의 건강 상태를 정교하게 체크하지만 당시엔 대구에 코로나19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는 따로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술 전 딸이 확진자라는 사실을 병원 측이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신천지 신도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구=김윤호 기자,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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