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상]31번 환자 "코로나 검사 거부 안했다" 병원 "기록 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전 서구보건소 방역 관계자들이 20일 신천지 대전교회 주변을 소독하고 있다.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서구보건소 방역 관계자들이 20일 신천지 대전교회 주변을 소독하고 있다.프리랜서 김성태

“9일과 16일 대구 신천지 교회에 갔을 때 저는 아침 일찍 가서 예배가 끝나기 전에 나왔습니다. 신도들과 식사는 하지 않았고, 신도들과 이야기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대구 첫 확진자인 31번째 환자 인터뷰 #A씨 "교통사고 나기 전엔 건강했다" #코로나 발견 당시 의료기관 대처 지적도 #A씨 "검사 거부한 적없고 찜질방 외에 청도 간 적 없어"

국내 31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 A씨(61·여)의 말이다. A씨는 지난 18일 신종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아 대구의료원 음압병실에 있다. 상태는 기침 등 폐렴 증상을 보이고 있지만, 경미하다. 그는 21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교회를 갔을 때 밀접하게 접촉했던 사람은 9일 예배 후 제가 차로 집에 데려다준 친한 동생 1명”이라며 “이 동생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교회에서 남녀가 따로 앉기 때문에 저에게 옮을 수가 없고, 청년들도 저와 같이 앉지 않고 저는 부녀부 쪽에 앉았다”고 말했다. A씨는 대구 신천지 교회에 수년 전부터 다녔으며 대구의 첫 신종 코로나 확진자다.

그는 “나는 중국에 다녀온 적도 없고, 교통사고가 나서 새로난 한방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는 매우 건강했다”며 "나도 누군가에게 감염된 2차 감염자"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수퍼전파자'라는 지적이 일자 이를 부인한 것이다.

다음은 A씨와의 일문일답.

어디서 감염됐다고 생각하나.
대구 동성로 등에 최근 단체 중국인 관광객들이 다녀갔다. 제가 대구 동구의 한 목욕탕에 갔다가 이 소리를 듣고 다음부턴 목욕탕에 안 갔다. 이 사람들 동성로도 다녔다고 한다. 목욕도 같이 했을 거 아니냐. 새로난 한방병원이 이 목욕탕에 가깝다. 혹시나 목욕탕에서 감염된 사람이 새로난 한방병원에 와서 (검사를 위해) CT를 찍었을 수 있지 않느냐.  
왜 그런 얘기를 하는가.
사실 제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병원 직원 한 명이 확진됐다고 하길래 제 피를 뽑은 사람인 줄 알았다. 저는 6일 중앙선을 침범한 차량과 교통사고가 났고, 7일 새로난 한방병원에 입원해서 4번 피를 뽑았다. 그 직원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런데 그 직원은 음성이라고 들었다. 병원의 CT 촬영 직원이 신종코로나에 감염됐다. 교통사고 후 머리가 너무 아파서 CT를 찍었는데 그때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CT실이나 직원 통해) 바이러스가 들어온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신종코로나 검사를 3번 거부했다는데.
아니다. 14일 폐렴 증상이 있어 새로난 한방병원에서 검사했고, 17일 다시 하자고 하더라. 수치가 높게 나오자 저보고 큰 병원에 가거나 독방을 쓰라고 했다. 그래서 독방을 쓰게 됐다. 이날 의료진이 코로나에 대해 이야기 하길래 내가 ‘검사를 어떻게 하느냐’고 했더니 1399를 알려주면서 나보고 알아보라고 했다.
그럼 코로나인 줄은 어떻게 알았나.
17일 새로난 병원에서 코로나 얘기를 꺼내면서 큰 병원에 가라고 했고, 병원에서 나보고 ‘직접 알아보고 가라’고 해 암담해서 신랑에게 전화했다. 신랑이 수성구보건소나 경북대병원에 전화하라고 해서 제가 직접 연락을 했다. 
뭐라던가.
경북대병원은 옷 등 필요한 물품을 다 챙겨오면 입원해 검사하겠다더라. 수성구보건소는 오면 5분 만에 검사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의사 소견서를 가지고 수성구보건소로 갔다. 그런데 직원이 ‘소견서 떼오라고 한 적 없다’ ‘검사 안 된다’고 했다. 계속 검사 얘길 하니까 직원이 ‘옆 방에 의사가 있는 곳으로 가라’고 했다. 그 의사가 H병원 내과가 잘하니까 거기를 (폐렴 치료 병원)으로 추천해주더라. 그래서 '병원은 알아서 갈 테니 검사만 해달라’고 했다. 빈방에서 30분 기다리다 검사했다.  
검사 후에는 격리됐나.
보건소가 '그냥 가라'고 해서 나왔다. 그런데 간호사가 쫓아 와서 ‘안내서 드릴까요’라고 말했다. 택시를 타고 새로난 병원으로 가는데 보건소에서 ‘왜 그냥 갔느냐’고 전화가 왔다. ‘가라고 하지 않았냐’고 따졌더니 돌아오라고 해서 갔다. 앰뷸런스 타고 대구의료원에 간 거다.   
입원 중 외출을 많이 했던데, ‘나이롱 환자’ 아닌가.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진 건 아니다. 혈압이 180 이상 나오고, 안 떨어져서 간 거다. 입원 중에 외출은 4번 했다. 8일에는 지인에게 줄 물품이 있어서 나갔고, 9일과 16일에는 신천지 대구 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갔다. 15일 퀸벨호텔에서 밥만 먹고 왔다. 외출증을 다 끊고 나왔다. 기록이 남아 있다.  
정부 역학 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데.
아니다. 핸드폰 제공했고 위치 추적 동의했고, 모든 질문에 제대로 답했다.
퀸벨 호텔은 왜 갔나.
몸이 좋지 않으니까 지인이 영양 보충하자고 데리고 갔다. 신천지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아니다. 지인 2명과 함께 갔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형의 장례식장에 갔나.
청도에 아는 사람도 없고, 갈 일도 없다. 2월 1일 찜질방 간 게 전부다. 장례식이 있는지 몰랐다. 대남병원에 간 적도 없다. 직장을 다녀서 봉사활동도 안 했다(봉사활동 하러 청도에 가지 않았다는 뜻). 
지금 심정은.
처음에는 정말 가슴이 아프더라. 제가 다 퍼뜨리는 거로 나오니까 너무 송구하고 죄송하더라. 내가 아픈 건 둘째치고 죽겠더라. 지금은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한편 31번 확진자의 인터뷰 이후 새로난한방병원 측에서 입장을 전했다. 장현석 새로난한방병원장은 23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환자가 17일 병원으로부터 코로나 검사 권유를 처음 받았다고 한 점은 사실이 아니다”며 “의료진 차트 상에는 15일 ‘CT상 폐렴 의심으로 코로나 검사 재차 권유했다’고 쓰여 있다”고 말했다. 그날이 두번째 권유라는 말이다. 장 병원장은 “이후 17일에 최종 권유를 했으니 총 3번 권유했다”며 “CT촬영 날짜도 환자는 14일, 17일로 알고 있는데 실제 15일, 17일이다”고 했다.

또 법적으로 의사가 31번 확진자를 강제적으로 코로나 검사 받게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장 병원장은 “국가적으로 전염병이 의심되는 사람을 강제 조치 할 수 있는 사람은 지방자치단체장 뿐”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새로난병원 확진자 1명은 CT촬영 직원이 아니라 내과 의사를 보조해 주는 의료진이다. 환자가 잘못 전해 들은 것 같다. 확진자 직원과 31번째 환자는 폐렴 관련 진료 때문에 만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도=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