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 새 정부 개혁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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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베를린 AP·로이터=연합】크렌츠가 이끄는 동독 새 지도부는 20일 언론 및 외국여행 통제를 완화하고 소비자상품 공급체계의 개선을 약속하는 등 호네커시대의 초 강경 보수노선에서 개방노선으로 선회하는 조짐을 보이고있다.
동독 당국은 이날 작년11월 「반 공산주의적」 이라는 낙인이 찍혀 금지된 소련 월간지 『스푸트니크』의 판금해제를 발표하고 공개 토론을 허용하며 여행 통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루돌프 슐체 동독 우정장관은 『스푸트니크』지의 구독과 가두판매가 가급적 빨리 재개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국의 언론통제완화와 관련, 동독기자연맹 회장 에버하르트 하인리히는 서독함부르크 라디오방송과의 회견에서 동독관영언론의 근본적 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당국의 조치와 함께 관영 언론매체들은 지금까지의 논조와는 달리 공식정책을 비판하고 개혁을 촉구했다.
공산당 이념가인 오토 라인홀트를 비롯한 수명의 고위 당 간부들도 당국의 언론 및 여행규제완화를 뒷받침하는 발언을 했다.
라인홀트는 서독 ZDF·TV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동독인 들이 현재 의회에서 심의중인 새 외국 여행 법에 따라 곧 자신의 여권을 갖고 외국을 여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동독언론은 지금까지 비현실적이고 일방적인 논조를 유지해 왔으나 이제는 『현실적이고 개방적으로 사회의 문제를 다루어야 할 것이며 문제시되는 견해도 제외돼서는 안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동독 당국은 금년 들어 합법· 비합법으로 동독을 떠난 12만 명에 달하는 동독인 들에게도 『그들이 집으로 돌아오길 신청할 경우 그들을 받아들이겠다』고 볼프강 마이어 외무부대변인이 2O일 발표했다.
동독최대의 반체제단체인 신 포룸의 롤프 헨리히는 20일 서독의 한 신문과의 회견에서 『크롄츠에게 처음부터 기회를 봉쇄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재야의 조심스런 관망분위기에도 불구하고 19일 밤과 20일 남동부의 지타우와 드레스덴에서는 크렌츠 취임 후 최대규모인 1만 여명과 5만 여명이 각각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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