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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콘돔까지 등장···'접촉 공포'가 부른 기상천외 아이디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패닉에 빠졌다. 국내 확진자는 20일 오전 기준 총 82명으로 늘었다. 정부도 “지역사회 감염 시작 단계”라고 인정했다. 중국 본토 이외의 국가에서도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SNS에 ‘터치리스’ 아이디어 공유 활발 #다 쓴 립스틱 통 안에 코르크 마개 넣어 #손 안 닿아도 작동하는 버튼 시제품도 #“강한 생존 본능에 자구책, 안도 효과”

신종 코로나 감염을 우려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접촉 공포증’이 번지고 있다. 엘리베이터 버튼, 공용 화장실 수도꼭지, 지하철 손잡이 등 여러 사람의 손이 닿는 부분을 맨손으로 만지길 꺼리는 현상이다.

SNS에 올라온 손가락을 쓰지 않고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아이디어. 립스틱 빈 케이스 안에 코르크 마개를 넣어 누르면 된다. [트위터 캡처]

SNS에 올라온 손가락을 쓰지 않고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아이디어. 립스틱 빈 케이스 안에 코르크 마개를 넣어 누르면 된다. [트위터 캡처]

이런 불안감에 맞서 소셜미디어(SNS)상에선 갖가지 터치리스(touchless·비접촉식) 아이디어들이 올라오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태가 심각해지자 강한 생존 본능이 발현돼 개개인이 자신을 지키려는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엘리베이터 버튼은 손가락 대신 무엇으로 누를 수 있을까. SNS에는 ‘립스틱 빈통’을 재활용한 아이디어가 올라왔다.

신종 코로나의 영향으로 엘리베이터 버튼 공포증이 생긴 현상을 담은 그림. 콘돔을 손가락에 끼고 누르거나, 손가락 대신 펜·라이터로 버튼을 누른다. 이런 도구가 없는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른다. [트위터 캡처]

신종 코로나의 영향으로 엘리베이터 버튼 공포증이 생긴 현상을 담은 그림. 콘돔을 손가락에 끼고 누르거나, 손가락 대신 펜·라이터로 버튼을 누른다. 이런 도구가 없는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른다. [트위터 캡처]

이 립스틱 ‘버튼 푸셔(button pusher)’의 제작과 사용 방법은 이렇다. 다 사용한 립스틱의 빈통 안에 코르크 마개를 넣는다. 뚜껑이 닫힐 수 있도록 튀어나온 코르크 마개는 칼로 조금 깎아낸다. 뚜껑을 닫은 채 보관하고 다니다가, 뚜껑을 열어 코르크 마개로 버튼을 누른다. 그 후 다시 뚜껑을 닫아 보관한다. SNS에선 그 이유에 대해 “(립스틱 푸셔를 보관하는) 가방 안에 세균이 퍼지는 것을 막는다”고 설명했다.

또 손이 닿지 않고, 가까이만 가도 작동하는 엘리베이터 버튼 시제품을 개발해 작동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손가락이 닿지 않고, 근처에만 가도 작동하는 엘리베이터 버튼 시제품. [트위터 캡처]

손가락이 닿지 않고, 근처에만 가도 작동하는 엘리베이터 버튼 시제품. [트위터 캡처]

엘리베이터 버튼 접촉을 두려워하는 상황을 압축적으로 그려 낸 그림도 SNS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그림에선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들이 맨 손가락으로 버튼을 만지지 않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콘돔을 끼운 검지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는가 하면, 손가락 대신 라이터나 펜으로 버튼을 누른다. 이런 도구가 없는 사람은 심지어 다른 사람의 손을 끌어당겨 버튼을 누르게 한다.

중국 내 한 외제차 매장은 SNS에 터치리스 환경을 홍보하는 사진과 글을 올렸다. [웨이보 캡처]

중국 내 한 외제차 매장은 SNS에 터치리스 환경을 홍보하는 사진과 글을 올렸다. [웨이보 캡처]

신종 코로나의 영향으로 매장 방문을 꺼리는 고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터치리스 환경’의 매장을 홍보하기도 한다. 중국 내 한 외제차 매장의 경우 SNS에 매장 곳곳의 사진과 함께 ‘팔꿈치로 열 수 있는 자동문, 센서로 작동하는 수도꼭지, 발로 열 수 있는 쓰레기통’ 등을 소개했다.

손으로 만지지 않고, 가까기 대기만 해도 휴지가 나오는 기기. [웨이보 캡처]

손으로 만지지 않고, 가까기 대기만 해도 휴지가 나오는 기기. [웨이보 캡처]

이외에도 SNS상에선 다양한 터치리스 제품들이 홍보를 목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센서 작동으로 손이 가까이만 가도 휴지가 나오는 기기, 센서가 달린 수도꼭지들만 설치된 화장실 등이다.

아예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장갑을 벗지 않는 사람들까지 자주 눈에 띄고 있다. 손잡이나 하차 버튼을 장갑을 낀 손으로 만지기 위해서다.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정모씨는 “며칠 전, 지하철 안에서 수술용 장갑을 낀 채 손잡이를 잡고 있는 한 남성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엔 그런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봤는데, 이렇게 국내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 놓이니 불안감이 몰려온다. 나도 요즘 버스 안에서도 겨울 장갑을 벗지 않고 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센서 수도꼭지들이 설치된 화장실. [트위터 캡처]

센서 수도꼭지들이 설치된 화장실. [트위터 캡처]

곽금주 교수는 “자신을 보호하려는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극도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안도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예방법을 개인에게만 맡기지 말고, 정부 차원에서 상황별·직업별·연령별 등으로 세분화해서 개발하고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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