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코로나에 놀란 주한미군…대구 기지 ‘준격리’ 상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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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이 대구 기지에 대해 사실상 ‘준격리’ 조치를 실시하는 한편 위기 경보 단계를 높였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자 행동 수위를 대폭 끌어올린 것이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 [연합뉴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 [연합뉴스]

20일 주한미군에 따르면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전날(19일) 지휘관 서신을 통해 필수 임무자를 제외하고 대구 기지로의 이동과 기지 밖 외출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필수 임무 목적이 아닌 방문객은 이날부터 대구 기지와 관련 시설에 24시간 동안 출입이 금지되고, 출입 재개 여부는 매일 24시간 단위로 갱신된다. 대구 기지 내 모든 출입자에 대해서는 건강 설문지를 작성하게 하는 등 출입 절차 역시 까다로워진다.

주한미군은 또 대구 기지 내 학교, 어린이 개발센터, 아동 보육시설도 20일부터 잠정 폐쇄되며, 재개 여부는 다음 날(21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지난 9일 이후 신천지 대구교회는 물론 확진자가 거쳐 간 곳으로 파악된 대구의료원, 수성구 보건소, 새로난한방병원, 퀸벨호텔 등 4곳을 방문한 인원에 대해 자가 격리와 상부 보고를 의무화했다. 자가 격리는 질병관리본부가 코로나19 노출자를 결정하는 역학조사가 종료될 때까지 유지된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은 19일 코로나19 관련 위험 단계를 ‘낮음(low)’에서 ‘중간(moderate)’ 단계로 격상키로 했다. 지난 2일 중국 본토 방문자에 대한 자가격리 조치를 내놓은 이래 가장 수위 높은 대응 방식으로 해석된다.

주한미군의 이같이 급박한 움직임은 대구에 캠프 워커와 캠프 헨리 등 주요 기지 2곳이 위치해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천지 대구교회는 캠프 헨리로부터의 거리가 불과 약 2㎞다.

19일 오후 대구 남구보건소 관계자들이 국내 31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대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건물 주변을 소독하고 있다. [뉴스1]

19일 오후 대구 남구보건소 관계자들이 국내 31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대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건물 주변을 소독하고 있다. [뉴스1]

한국군 당국도 예방 지침을 대폭 강화했다. 군 당국은 대구·영천지역 거주자와 해당 지역 부대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의 휴가를 연기하기로 했다. 또 해당 지역 부대에 근무하는 장병들의 외출과 외박, 면회도 통제된다.

20일 열리는 국군사관학교와 21일로 예정된 육군사관학교·3사관학교의 입학식에 가족 참관도 금지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향후 상황에 따라 오는 3월 예정된 육군사관학교, 3사관학교, 학생군사학교 등의 졸업식과 임관식이 축소 시행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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